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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테마무비]영화 속 일곱 난쟁이

입력 | 2000-10-17 15:36:00


영화 속에 난쟁이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톰 디칠로의 (95)에 등장하는 티토는 난쟁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강력히 맞선다.

은 미국의 인디펜던트 영화 제작 과정을 담은 '영화에 관한 영화'다. 감독 닉(스티브 부세미)은 가난한 독립영화 감독. 현장에 오면 속 썩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스태프들은 서로 눈이 맞고, 주연 남자배우는 스타의식으로 거들먹거리며, 동시녹음중인데 이상한 소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영화 속의 환상 신을 촬영하는 어느 날, 난쟁이 배우 티토는 연기 도중 불만을 터트린다. "난쟁이는 항상 환상이나 꿈 장면에만 등장하지. 사람들은 난쟁이를 현실의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결국 티토는 촬영 도중에 스튜디오 문을 박차고 나간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결국 감독의 엄마가 대신 연기했다.

(2000)의 리무진 운전사도 만만치 않다. 방금 결혼한 짐 캐리가 아내와 함께 막 신혼집에 들어가려는 찰나, 흑인 운전수가 딴지를 걸고 나선다. 내가 난쟁이고 흑인이라서 깔보는 거 아니냐며 트집을 잡는 운전수 앞에서 짐 캐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난쟁이와 바람이 나고, 짐 캐리는 그녀가 낳은 흑인 세 쌍둥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더러운 영화의 일인자 패럴리 형제는 사회적 윤리의식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무대뽀(?)들인데, 장애인이나 흑인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는 '비인간성'을 자랑하지만 나름의 인간미도 담아낼 줄 안다.

의 티토도 지적했듯, 사실 영화 속 난쟁이는 판타지인 경우가 많다. 테리 길리엄의 (81)에서 시간여행을 하며 돌아다니는 일군의 난쟁이들이 '난쟁이 판타지'의 대표 격인데, 여기에 나폴레옹까지 가세해 '단신 군단'을 이룬다. 이때 나폴레옹이 말하길 "역사상 유명한 인물 중엔 키 작은 사람이 많았지. 알렉산더 대왕이나 영국의 크롬웰 경도 모두 키가 작았다구."

조지 루카스가 제작하고 론 하워드가 감독한 (88)는 온갖 신화적 판타지로 가득 찬 영화다. 는 난쟁이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며, 암흑 같은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난쟁이들의 모습을 재치 있게 담아낸다. 특히 윌로우 역을 맡은 워웍 데이비스는 시리즈의 키 작은 캐릭터를 도맡고 있는 배우다.

한편 (Austin Powers: The Spy Who Shagged Me)(99)의 미니미는 SF적 난쟁이다. 닥터 이블의 축소형 복제인간인 그는 겉모양만 닮은 게 아니라 그 심성마저 닮았다. 닥터 이블과 함께 손가락으로 고리 모양을 만들고, 'Just two of us'의 랩 버전을 부르는 모습은 귀여우면서 한편으론 징그럽게도 느껴진다.

이런 '난쟁이 영화'들이 너무 표면적이라고? 그렇다면 (Die Blechtrommel)(79)의 오스카를 만나면 된다. 귄터 그라스가 원작을 쓰고 폴커 슐뢴도르프가 감독한 에서 오스카는 어른들의 세계에 환멸을 느낀 후 스스로 성장하기를 멈춰버린 '애 어른'이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오스카는 2차대전의 은밀한 관찰자이며, 현실을 견딜 수 없을 때는 날카로운 비명으로 동네 유리창을 다 깨버리는 초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밖에 조세희의 소설을 이원세 감독이 영화로 옮긴 (81)에도 난쟁이가 등장한다. 흔히 '난쏘공'이라는 약자로 통했던 이 소설은 영화로 바뀌면서 5공화국의 극심한 사전검열로 사회의식을 지닌 리얼리즘 영화라기보다는 멜로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염전 지역에 사는 김불이는 바다가 오염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가난한 가장이다. 그는 트럼펫 주자였지만 일자리를 잃고 결국은 나이트클럽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피에로(요즘으로 치면 '삐끼')로 전락한다. 그의 딸 영희는 분양권 딱지를 따내기 위해 몸을 팔고, 아들은 권투선수를 한답시고 집에도 안 들어온다. 시름에 젖은 난쟁이는 황혼 녘에 고즈넉이 나팔을 불고, 현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자살한다.

은 원작이 크게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슬픈 난쟁이 영화로 기억되며, 관객들에게 작은 질문 하나를 던진다. 힘들었던 80년대, 우리는 모두 난쟁이 같은 존재는 아니었을까….

김형석(영화칼럼리스트) woody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