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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내풍과 외풍으로 통신.반도체주 폭락

입력 | 2000-10-11 15:50:00


반도체와 통신주의 약세가 주식시장 전반을 `심리적'인 붕괴 상황으로까지 몰아가고 있다.

11일 주식시장은 대외적으로는 미국 반도체 관련주의 폭락세에다 대내적으로는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기술표준과 관련한 통신주들의 큰 폭 하락세가 겹치면서 끝없이 추락했다.

종합주가는 한 때 40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강한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550마저 쉽게 무너지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0% 가량 떨어졌다는 소식에 반도체주를 위주로 현물과 선물 가릴 것없이 팔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2만2000원(12.02%) 떨어진 16만1000원을 기록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했고 현대전자도 한 때 연중 최저치인 1만2850선이 무너져 1만2500원을 기록하다 낙폭을 줄였다.

통신주들도 불난데 기름붓는 격을 했다.

정부가 IMT-2000과 기술표준과 관련, 업체들의 희망과는 달리 복수표준을 채택하기로 해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CSFB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정부의 정책 신뢰 결여를 이유로 통신주의 투자 의견 하향조정을 시사함으로써 하락을 부채질했다.

거래소의 SK텔레콤(-6.64%)과 한국통신(-6.16%)이 큰 폭으로 내렸다. 코스닥의 경우도 LG텔레콤은 가격제한폭까지 내렸고 한통프리텔(-10.10%)과 한통엠닷컴(-8.77%)도 곤두박질쳤다.

반도체 및 통신 장비업체들의 추락도 불을 보듯 뻔한 상황.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주 하락이라는 `외풍'에다 IMT-2000 관련 불확실성 확대라는 `내풍'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은 소용돌이 속에 휘말렸고 별 달리 대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 2900계약 순매도했고 현물시장에서도 1000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문제는 외국인들이 주로 보유한 것이 고가의 반도체주나 통신주인 만큼 팔자에 나설 경우 국내 투신 등은 매수 여력이 없고 결국 받아 줄 세력이 없어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결국 반도체주가 안정적인 흐름을 찾지 못하는 한 하락의 끝을 예측할 수도 없다.

엥도수에즈더불유아이카 김기태이사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기술적 분석은 의미가 없을 듯하다"며 "그럼에도 일단 520포인트 지지여부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고모씨(35)는 "오를 때는 미미하고 내릴 때는 폭락"이라며 "기대는 이미 버린 지 오래며 이런 시장이라면 어떻게 투자에 나서겠는가"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김기성basic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