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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마라톤]'봉달이 엄니' 끝내 눈물

입력 | 2000-10-01 18:49:00


‘봉달이 엄니’는 끝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봉주가 경기장 대형 전광판에 모습을 나타내자 “힘내라”는 소리를 듣고 “어어어∼, 엄니”라며 막판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펼치는 광고속의 그 ‘어머니’.

1일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아들의 골인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초조하게 기다리던 어머니 공옥희씨(63)는 청심환을 한 병 다 마셨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을 좀체 진정시킬 수가 없는지 손에 쥔 휴지 뭉치를 연신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형 성주씨(39)도 행여 ‘부정탈까봐’ 한 달째 면도를 안한 덥수룩한 모습에 긴장된 표정으로 눈을 감고 뭔가를 기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어머니와 형의 간절한 기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10㎞ 지점에서 넘어진 이봉주가 24번째만에 간신히 주경기장 트랙에 모습을 나타내기 전까지 공씨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듯했다. 앞선 23명의 선수가 한 명씩 주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낼 때마다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깊은 한숨을 내몰았다.

“천안 집 근처 절에서 한달간 불공을 드렸는데 그것도 모자랐나봐유….”

마침내 트랙에 들어선 아들을 보자 공씨는 “그래도 잘했다. 내아들”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