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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통신]"세계의 거리아티스트여, 시드니로!"

입력 | 2000-09-23 19:35:00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바라보이는 록스 거리에서 낯익은 한국 노래가 들린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중국 전통악기 ‘어후’로 애절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주인공은 중국인 딕산 탱씨. 작곡을 공부한다는 그녀는 “올림픽 관광도 하고 음악을 알릴 겸 지난달 시드니 친척집으로 놀러 왔다”고 했다. 노래는 중국에서 방송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카피한 것이라고.

시드니로 세계의 거리 아티스트들이 몰려들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 갖은 기량을 뽐내는 무명의 예술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중심가인 조지 스트리트 극장앞에서 래커 그림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 모리씨는 일본에서 왔다. 종이를 겹쳐 대고 래커를 이리저리 뿌리자 5분만에 환상적인 작품이 완성된다. 구경꾼들의 박수를 받던 그는 “주말에는 록스의 작은 창고를 빌려서 전시회를 갖는데 작품도 판다”면서 선전에 열심이다.

주말 벼룩시장이 열리는 패딩턴 마켓 한쪽에서는 애보리진(원주민)의 민속악기로 연주하는 흥겨운 댄스곡 라이브가 펼쳐진다. 가수이자 무용수인 페이와 남편 세이씨, 그리고 친구 메트씨로 구성된 월드뮤직 밴드 ‘이노센스’의 무대. 두살배기 아이와 함께 음반을 팔던 페이씨는 “올림픽이야말로 더 없는 공짜 PR기회”라면서 싱글벙글 한다.

쇼핑타운 근처에서 라틴음악 연주에 몰두하는 3인조 ‘룸바 오즈’는 멀리 칠레에서 날아왔다. 리더인 로드리고 곤잘레스씨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라틴 클럽에서 라이브 연주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으로 행인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본차르트’, 마술로 거리의 아이들의 넋을 빼놓는 어릿광대, 경찰 복장으로 오가는 시민을 체포해 너스레를 떠는 코미디언, 앙증맞은 모습으로 거리를 누비는 꼬마 악사…. 대부분 직장을 쉬는 시드니 시민들은 낯선 볼거리를 즐기면서 올림픽 거리 축제를 만끽하고 있다.

digana@donga.com

조정 레드그레이브 5연속 金

“약속을 못 지킨 내게 총을 쏴라. 그러나….”

96애틀랜타올림픽 조정에서 4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물위의 철인’ 스티븐 레드그레이브(38·영국)는 당시 기자들에게 “내가 보트 옆에만 가도 총으로 쏴라”며 은퇴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었다.

하지만 10년을 넘게 쌓아 온 조정에 대한 애정을 떨치지 못해 그는 또다시 노를 잡게 됐고 결국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조정 사상 처음으로 5연속 금메달 획득의 위업을 달성했다.물론 “은퇴하겠다”던 그의 말은 ‘식언’이 되고 말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레드그레이브에 총부리를 겨누는 사람은 없었다.

23일 펜리스호수에 마련된 시드니국제조정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무타포 결승. 2만2000여관중이 찾아 성황을 이룬 가운데 레드그레이브는 매튜 핀센트―팀 포스터―제임스 크랙넬과 팀을 이뤄 5분56초24를 기록, 이탈리아(5분56초61)를 0.37초 차로 극적으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때 유타포로 우승한 뒤 유타페어로 3연패, 그리고 이번엔 무타포 금메달. 올림픽 조정 사상 5연속 금메달은 처음이다.

올림픽 역사상 헝가리의 펜싱 영웅 알라다 게레비치가 32년부터 6연속 금메달을 따낸 적은 있었지만 조정과 같은 지구력을 요하는 경기에서의 5연속 제패는 게레비치의 업적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드그레이브는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선 대장염을 앓으면서도 우승했고, 98년부턴 당뇨병에 걸려 고생하면서도 세계 정상을 호령해 온 ‘불굴의 조정인’.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지난 4년은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면서도 다음 올림픽 출전에 대해선 ‘노’라는 대답을 회피, 6연속 우승에 대한 도전 가능성을 남겨뒀다.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