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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통신]'변칙수영법' 선수들 메달 휩쓸어

입력 | 2000-09-22 18:58:00


“그것 참 이상하네, 저렇게 균형이 무너진 영법으로 어떻게 세계신기록을 낼 수 있을까?”

시드니올림픽 수영 레이스를 지켜본 수영지도자들이 갖게 된 의문이다.

페테르 호헨반트(네덜란드), 마이클 클림, 이언 소프(이상 호주), 톰 돌런(미국) 등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한 이들의 영법이 모두 교과서적인 자세와는 동떨어진 것들이기 때문.

‘수영의 신’ 마크 스피츠(미국) 이후 28년 만에 올림픽 자유형 남자 100m와 200m를 독차지한 호헨반트의 영법은 비대칭적으로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몸통도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수영코치들이 금기시하는 이른바 ‘변칙수영’.

지금까지 알려진 이상적인 수영법인 ‘몸을 물속에서 일직선으로 유지하고 균형을 갖추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자유형 100m 세계랭킹 1위 출신인 마크 모건 러시아코치는 “호헨반트는 마치 접영처럼 호흡할 때 솟아올랐다 내뱉을 때 깊숙이 내려간다. 원칙적으로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지만 그는 여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리듬을 실었다”고 설명한다.

호벤반트의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은 양팔을 휘젓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 오른손을 하도 빨리 돌리기 때문에 왼손이 오길 기다리는 동안 오른손은 잠시 멈춰있는 것처럼 보인다.보통 선수들과는 달리 엇박자 리듬을 가진 발차기로 양손의 불균형을 해결해 줘 오히려 힘센 오른손 때문에 힘을 덜 들이고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백성흠 전 국가대표코치의 분석.

계영 남자 400m와 80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마이클 클림(호주)도 자유형에서 양발을 번갈아 차는 대신 막판 스퍼트 때면 접영처럼 두발을 함께 모아 위아래로 흔드는 돌핀킥을 해 옆레인 선수들을 당황케 한다.

시드니올림픽 최고 스타로 떠오른 이언 소프는 양팔을 물에 담그기전 팔꿈치를 유난히 높게 들어 휘젓는 속도가 늦어보인다. 실제로 팔을 흔드는 횟수가 다른 선수들 보다 적지만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이 방법은 350㎜의 왕발에서 다른선수들 보다 많은 추진력을 얻는 그의 독창적인 수영법.

무릎부상 후유증으로 오른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도 개인혼영 4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톰 돌런은 상대선수들보다 강인한 상체로 이를 커버한다. 그는 팔보다 다리의 힘에 더 비중이 실리는 유일한 종목인 평영에선 보통선수들보다 훨씬 빠른 ‘가위형’발차기로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했다.

jeon@donga.com



▶ '경기엔 관심없어요.'
22일 육상경기가 열린 올림픽 스타디움의 관중석에서 웃통을 벗은 한 청년이 애인과 진한 입맞춤을 하고 있다.











고래 요트경기 진행방해 "미워 미워"

‘포경선을 띄울 수도 없고….’

시드니올림픽에 ‘불청객’이 등장했다. 올림픽 ‘훼방꾼’은 바로 고래. 22일 요트가 열리는 시드니 하버 외곽에 갑자기 밍크 고래 2마리가 출현했다. 이 고래들은 요트장 주변을 유유히 맴돌다 요트 경기가 벌어지기에 앞서 사라졌다는 게 대회 관계자들의 설명.

지난해에도 같은 장소에서 요트대회가 진행되던 중 고래가 나타나 경기가 중단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호주의 국립공원과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NPWS는 올림픽 기간 중 고래의 이동을 관측하기 위해 시드니 해안을 순찰하고 있다. 대회조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고래는 우리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며 다시 출몰하면 대회 일정을 다시 짤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길이 10m, 몸무게 10t에 이르는 밍크 고래는 86년 포경 금지 이후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동물. 호주에서는 이 고래에 50m 이내에 접근하는 것조차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고래가 나타나지 않도록 기도할 수밖에 없는 처지.

한편 앞서 열린 철인 3종 경기에서는 상어와 해파리 때문에 애를 먹었고 올림픽 파크에서는 독사가 나타나 각국 선수단을 떨게 만들었다. ‘야생동물의 천국’이라는 호주답게 시드니 올림픽은 ‘동물과의 전쟁’이라도 치르고 있는 듯하다.

kjs0123@donga.com

자원봉사자 유니폼 '금값'…300만원 호가

시드니 올림픽 자원봉사자의 유니폼이 금값이다. 코트, 티셔츠, 모자 등이 미국 등 세계 각지의 ‘올림픽 컬렉터’의 표적이 된 것.

컬렉터들이 제시하는 금액은 트렌치코트 스타일의 방수재킷이 1000호주달러(약 60만원), 티셔츠가 700호주달러, 흰색 파나마 모자가 500호주달러 상당이다.

그리고 바지, 허리지갑, 물통까지 합친 유니폼 일체를 팔 경우에는 5000호주달러(약 300만원)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는 동일한 아이템의 올림픽 공식용품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자원봉사자의 유니폼이 금값인 것은 올림픽 공식매장에 가더라도 같은 물품을 팔지 않아 희소성이 크기 때문.

시드니 공항에서 올림픽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콩코드병원 간호사 크리스토퍼 크라우스(58)는 “대회가 끝난 뒤 유니폼을 사거나 팔아달라는 사람이 하루에도 4, 5명이 넘는다”면서 “요즘엔 자원봉사자용 모자는 훔쳐가는 사람이 많아 쓰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지는 이런 내용을 보도하면서 그러나 “4만70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평생의 소중한 추억을 쉽게 팔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