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마음에서 나온 自由는 여하한 행동도 방종이라고 볼 수 없지만, 사랑이 아닌 自由는 방종이다.”
김수영(金洙暎·1921∼1968). 가장 치열했던 시인의 한 사람. 모두 잠들었던 황량한 시대에 홀로 깨어나 자유를 갈구하고 사랑을 노래했던 시인. 그는 자유의 시인, 자유인의 초상이다.
강렬한 현실의식과 치열한 저항정신, 지성과 감성의 조화,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행복한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형식의 개척 등 김수영은 한국 현대시의 서막을 활짝 연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소시민적 지식인의 자의식을 거짓없이 드러내고 생활인의 실존적 모습을 시로 형상화했다. 그로 인해 김수영의 시에선 관념과 현실이 만나 팽팽히 긴장한다. 그 긴장감이 시를 아름답게 한다.
1960년대 억압의 시대에, 자유와 민주를 위한 비판적 저항 정신의 끈을 놓지 않았던 김수영. 그 근저에 흐르는 정신은 역시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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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숲까지 거닐었던 시인 김수영
문화관광부는 김수영을 ‘9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했다. 이를 기념해 최근 발행된 ‘풍자와 해탈 혹은 사랑과 죽음―김수영론’. 김수영의 치열하고도 따스한 시세계를 소개한다.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