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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전증 6년투병 김해상씨, 폐업으로 수술 못받아

입력 | 2000-08-13 19:08:00


“6년 만에 신장 기증자를 찾았는데 이식수술을 못한다니….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발 좀 도와주세요.”

94년부터 만성 신부전증을 앓아 하루 네번씩 복막 투석을 하며 생명을 하루하루 이어가고 있는 김해상(金海相·46·부산 연제구 거제동)씨는 요즘 입술이 탄다.

김씨는 6월초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부산지역본부로부터 가정주부 조모씨(30)가 신장 기증의사를 밝혀왔다는 연락을 받고 새 삶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배에 구멍을 내 연결된 고무호스로 약물을 주입해 노폐물을 걸러내는 ‘투석’을 하며 6년 동안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왔던 그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부산 고신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았으나 의료계 1차 폐업으로 인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수술일정을 7월12일로 늦출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씨는 수술을 앞두고 갑자기 간기능이 악화되는 등 수술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나빠져 수술을 또다시 8월8일로 연기해야 했다.

애타게 기다린 끝에 8일 드디어 병원을 찾았으나 다시 한번 절망이 앞을 가렸다. 김씨는 의료계 재폐업으로 수술을 진행할 의사가 없어 수술 날짜도 잡지 못한 채 병원문을 나서야 했다.

김씨에겐 또다시 하루하루 악몽같은 복막 투석만이 계속되고 있다.

부인(45)은 김씨의 복막투석을 도우며 생업을 이어가느라 자신의 건강도 챙기지 못하고 거의 쓰러질 지경이다. “고통스러워도 가족에게 내색조차 하지 않는 남편이 안쓰러워요. 수술이 취소된 후 하루하루를 어렵게 연명해 가는 남편의 얼굴 보기가 정말 죽기보다 힘듭니다.”

김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지난 6년의 투병생활보다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이식할 신장을 바로 눈앞에 두고도 의사들의 외면으로 수술을 못받는 마음의 고통이 훨씬 크다.

김씨는 “의사선생님들이 재폐업을 하루 빨리 끝내 어렵게 결심하신 그분의 신장으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간절히 빈다”고 말했다.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