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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탁구여왕 꿈꾸는 청각장애 소녀

입력 | 2000-07-11 10:55:00


경쾌한 탁구공의 울림도, 관중의 함성도 들을 수없는 청각장애소녀가 `탁구여왕'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주인공은 장충초등학교에서 3년째 라켓을 휘두르고 있는 이지연(12).

이지연은 오른쪽 귀는 전혀 들리지 않고 왼쪽 귀도 보청기를 해야만 고함소리가모기소리만하게 들릴 정도여서 `두 귀가 완전히 먼' 경우에 해당하는 가장 높은 2급장애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2급 청각장애의 경우 장애인탁구선수는 가능하지만 정상적인 신체조건을 갖춘 선수들과 맞대결하는 `엘리트'코스는 불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공이 상대 라켓에 맞는, 그리고 테이블에서 튀는 소리를 듣고 스매싱 타이밍을잡아야 하기 때문에 소리를 못 듣는 선수가 정상 선수를 상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그러나 이지연은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고 창창한 미래를 예약하고 있다.

4학년때 탁구에 입문한 뒤 동년배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져 좌절한 적도 많았지만 강인한 의지와 승부근성으로 기량을 연마,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이지연은 지난 3월 열린 서울시장기대회에서 단식, 복식, 단체전을 석권했고 지난 8일 끝난 동아시아호프스대회 대표선발전에서도 컨디션난조로 티켓을 따지는 못했지만 정상인을 능가하는 기량을 발휘, 주위의 찬사를 받았다.

세 살때 고열에 시달리다 청력을 잃은 이지연은 취미로 탁구를 시작했다가 뒤늦게 재능을 발견, 본격적으로 탁구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지연은 코치의 동작을 열번, 스무번 본 뒤에야 기술을 익힐 수 있었고경기에서도 공이 튀는 소리를 듣고서가 아니라 눈으로 보고서 대응하다보니 공격이한 템포 늦는 등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지연은 장애인올림픽에 나갈 경우 지금 당장 우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장애인으로 평가받는 것을 거부하는 이지연은 엘리트코스를 밟아 세계탁구여왕에 오르겠다는 당찬 각오를 다지며 하루 4시간씩 맹훈련을 하고 있다.

장충초등학교 염병호코치는 이지연에 대해 "두뇌회전이 빠르고 집중력이 좋다"며 "조만간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박성제기자)sungj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