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풍물소리와 여기저기 주점에서 풍겨나오는 음식냄새, 그리고 넘쳐나는 젊음.
5월이면 대학 캠퍼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동제 풍경이다. 서울대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금 한창 대동제 기간(5월 15~19일)인 관악 캠퍼스는 온통 잔치 분위기.
그런데 학생회관 앞 한켠에 '젊음의 축제'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바로 '양심수 석방기금 마련을 위한 장터'를 열고 있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연합(이하 민가협) 회원들.
"벌써 12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터를 열고 있어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여기 이 자리는 꼭 남겨놓는다니까."
음식 만드느라 정신이 없는 어머니들 옆에서 마이크를 잡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임기란(민가협 상임의장·구속학생학부모회 회장)씨의 말.
그렇게 떡볶이도 팔고 파전도 팔아 모은 돈으로 감옥에 있는 양심수들 영치금도 넣어주고 국가보안법철폐운동등 활동기금으로도 쓴단다.
"97년에는 둘째 날 술에 취한 학생이 연못에 빠져 죽는 바람에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서 그냥 장터를 접었어요."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 그래선지 자식에게 먹이듯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일단 찾아온 손님에겐 무조건 많이 퍼준다. 가격인상도 5년째 동결상태라고. 순대 떡볶이 파전 잡채 제육볶음이 모두 2500원이고 막걸리는 2000원.
"학생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니만큼 허투루 안 써야죠. 양심수석방을 위해서 그리고 인권침해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가 열심히 연대투쟁할 거에요."
완연한 '투사'의 말솜씨.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임씨는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민가협에서 양심수 석방기금 마련을 위한 장터를…."
장터는 19일까지 계속되며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김경희/동아닷컴 기자 kik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