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사이의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6월 평양에서 열린다.
남북한은 10일 서울과 평양에서 김대통령이 6월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이날 통일부 회의실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평양 방문에서 김대통령과 김국방위원장 사이에 역사적인 상봉이 있게 되며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요지의 남북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박통일부장관은 “김대통령의 ‘베를린선언’ 이후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표명해 옴에 따라 3월17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첫 접촉을 가진 이래 베이징(北京)에서 수차례 비공개 협의를 가졌다”며 “4월8일 우리측 박지원장관과 북측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송호경부위원장 사이에 최종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통일부장관은 “남북정상회담은 대결의 냉전질서를 종식시키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나가는 출발점이 됨으로써 분단사에 획을 그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냉전구도 해체와 한반도 평화정착, 상호불가침 등을 골자로 한 ‘한반도 평화헌장’(가칭)의 채택과 김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 등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문화부장관은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의제와 절차는 준비접촉에서 논의하기로 했으나 정상회담에서는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주의적 사안과 경제협력,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해 협력할 문제 등이 허심탄회하게 협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장관은 “4월중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준비접촉은 남북한 직통전화를 통해 공개적으로 추진하되 양측에서 3, 4명의 실무대표가 정상회담 일정과 준비과정 전반을 논의해 확정짓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관계자는 △준비접촉의 수석대표는 차관급이 될 가능성이 높고 △접촉 장소는 판문점이나 서울-평양(교환방문) 중 판문점이 유력하며 △논의가 진전되면 판문점을 통해 준비 실무단이 방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문화부장관은 김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관련해 “다음 정상회담 문제는 두 정상이 논의할 사안으로 남겼다”면서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 합의에 사전 요구조건을 전혀 제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전10시 중앙, 평양방송과 중앙텔레비전 방송의 ‘특별 중대방송’을 통해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에서 ‘북남 최고위급 회담’을 개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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