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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타워]홍석민/'미스터 인터넷' 누구 없소?

입력 | 2000-01-16 20:04:00


올들어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단연 시스코시스템스다. 네트워크장비를 생산하는 시스코의 주식은 마이크로소프트(MS) GE 등 시가총액 선두를 다투는 기업을 제치고 올해 ‘가장 좋은 상태에 있는(well-positioned)’ 주식으로 꼽히고 있다.

90년 18달러에 상장한 시스코의 주식은 현재 100달러선. 8차례 액면분할한 것을 감안하면 무려 1200배 이상 올랐다.

이같은 성공은 네트워크 교환기 시장의 80% 가량을 점유한 압도적 시장지배력 및 탄탄한 경영성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존 챔버스라는 걸출한 사령탑에 기인한다.

챔버스회장의 별명은 ‘미스터 인터넷’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고 설파하는 인터넷 전도사로 유명하다. 누구를 만나거나 항상 “(인터넷시대를 맞을) 준비가 됐습니까(Are You Read-y)?”라는 질문을 던진다. 인터넷에 대한 신념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디지털시대 최고의 경영자로 꼽힌다.

미국 월가에선 ‘CEO 주가’니 ‘CEO 프리미엄’이니 하는 말들이 일반명사처럼 쓰인다. 기업의 주가가 최고경영자의 능력과 자질, 이름값에 좌우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코스닥시장이 연일 폭락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몇조원 수준으로 뛰어오른 새롬기술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대표주자들도 대세 앞에선 맥을 못추고 있다. 한국의 CEO들이 투자자에게 확신을 주는 경영자였어도 그럴까.

물론 코스닥시장과 국내 벤처기업을 미국 나스닥이나 시스코 같은 기업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챔버스회장처럼 벤처산업과 인터넷에 대한 희망과 꿈, 그리고 확신을 심어주는 ‘미스터 인터넷’이 아쉽다.

홍석민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