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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북스]최우석/'불황경제학'

입력 | 1999-12-03 19:15:00


폴크루그먼의‘불황경제학(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을 읽으면 경제서적도 이렇게 쉽게 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크루그먼은 많은 학자들이 아시아의 기적을 칭송하던 94년 아시아 경제는 곧 밑천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언을 하여 일약 유명해졌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거침없는 언행 때문에 항상 경제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크루그먼이 97년 아시아 통화 파동으로 비롯된 세계적 경제 불황의 원인과 경과를 분석하고 그 대책을 제시한 것이 바로 ‘불황경제학’이다. 아시아 통화위기에 대한 종래의 근엄한 접근과는 다소 다르다. 논픽션 식으로 사건의 경과를 쫓아가면서 경제적 인과관계와 이론적 타당성을 검토했다.

‘불황경제학’은 올 1월에 썼는데 우선 급한 대로 현 경제위기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것이라면서 일본의 통화 증발, 중국의 위안화 유지, 아시아 국가들의 대외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국 등에 대한 IMF 처방에도 가차없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고금리와 재정긴축을 요구한 점, 타격받은 경제에 구조개혁을 요구한 점은 큰 잘못이라는 것이다.

책을 쓰는 데 4가지를 주의했다고 적고 있다.

첫째가 모든 것을 원래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투로는 안 썼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가 너무 갑작스럽고 컸기 때문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는데 마치 미리 다 알고 있은 듯이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같은 예언자들이 많았다.

둘째, 이번 사태가 순전히 아시아만의 위기라는 생각도 잘못이라는 것이다. 한때는 아시아적 가치를 칭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그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합창처럼 떠들었다.

셋째, 이번 불황은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 때문이라느니 하고 뭔가 설교하는 투로 쓰는 것도 잘못이라고 적고 있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아시아의 재난은 아시아의 인과응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넷째, 책을 될 수 있는 대로 쉽게 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학 책도 일반 사람들이 알 수 있게 쉽게 써야 하며 그래야 쓸모가 있다고 주장한다.이 책의 관점이나 주장에 대해선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메시지가 분명, 명쾌하고 쉽다는 점에선 경제 서적의 좋은 전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우석(삼성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