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했다.
한국의 시드니올림픽 출전이 결정된 16일 잠실구장. 극적으로 한국이 대만을 꺾자 야구관계자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그래도 대표선수 해본 애들이 역시 틀리네요.” 이날 승리의 주역이 된 김동수와 이병규(이상 LG), 박재홍(현대)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한국의 ‘안방살림’을 맡은 김동수는 공격에서도 타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났다. 2회와 6회 1타점씩을 거둔 것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3타점.
이병규와 박재홍은 연장 11회말 결승점을 얻는 데 공을 세운 주인공이다. 이병규는 2사후 왼쪽안타로 꺼져가던 불씨를 살렸고 박재홍은 오른쪽 끝내기 안타로 한국에 올림픽티켓을 선물했다.
이들 세 명의 공통점은 모두 대학 때부터 국가대표를 지내 국제경기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 게다가 프로에서도 모두 한국시리즈에서 뛰어 봤기 때문에 ‘큰 물에서 놀아본’ 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이병규와 박재홍은 지난해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 나란히 출전, 한국의 우승을 일궈낸 ‘일등공신’들.
반면 성인 국가대표가 되지 않았거나 태극마크를 처음 단 선수들의 활약상은 이번 대회에서 미미한 편이었다.
고교출신이라 청소년대표만 거친 이승엽(삼성)은 대만전에서 홈런을 하나 치긴 했으나 4경기에서 13타수 3안타(0.231)에 그쳤다.
처음 대표에 뽑힌 김한수(삼성)와 김민호(두산)는 아예 그라운드에서 어디 있는지 찾아봐야 할 정도로 기대에 못 미쳤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대만의 궈위안즈(43)가 한국전에서 선발 5이닝 동안 5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빅게임’에 나서는 감독들이 ‘경험’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