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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지진피해 르뽀]희망 잃지 않는다…복구 구슬땀

입력 | 1999-08-30 00:45:00


‘지진의 폐허 속에서도 터키인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터키 이스탄불 동쪽에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휴양도시 골주크. 지진발생 12일째를 맞은 28일 복구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덤프트럭과 불도저의 굉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 지진피해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공연은 터키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지진피해 극복에 나선 골주크 시민들에게 마스크와 모자는 필수품. 무너져내린 건물을 해체하면서 나오는 굵은 먼지가 시가지 전체를 뒤덮었다.

주변 정유공장의 화재로 누출된 유독성 화학물질은 주민들에겐 공포의 대상. 25일부터 사흘간 비가 내리자 시당국은 한시간에 한번꼴로 방송차량을 동원해 ‘산성비를 피하라’고 경고했다.

터키방송에서는 지진 피해 책임자 처벌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완전히 파괴된 건물 500여채 가운데 300여채가 특정 건설업체가 지은 것이기 때문.

민간방송들은 “쿠르드 분리독립주의자 오잘란보다 흉악한 살인마를 찾아내라”는 시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여과없이 내보냈다.

그러나 터키인들은 낙천적인 이슬람 문화에 의지해 최악의 재난을 당한 가운데서도 비교적 차분하게복구를 위해애쓰고있다.

골주크 동쪽에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소도시 얄로바.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얄로바 캠프장은 이따금 들리는 덤프트럭 소리를 제외하고는 적막하기만 했다. 어른들은 복구작업에 나갔고 아이들과 여자들만 텐트밖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일하미 시크(14)는 “TV를 본 지 열흘이 넘었어요. 텐트안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오후 8시 이후에는 잠자는 일밖에 없어요. 불조심 때문이라며 석유등도 못켜게 하니까요”라며 푸념했다.

마을회관 옆에서는 수도 앙카라에서 온 배우 8명이 어린이극을 공연하고 있었다. 철없는 아이들의 관심을 부모들의 절망에서 돌려놓기 위한 위문공연.

지진피해지역을 돌면서 어린이극 2개를 하루 한차례씩 공연하고 있다는 공연 관계자는 “아이들에게서 웃음이 사라지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고 공연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터키에 파견된 경기 수원시 의료봉사단(단장 백창기)은 얄로바 근교 티켐에 30평짜리 초대형 텐트로 의료센터를 설치하고 진료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7일부터 활동에 들어간 봉사단에는 아주대병원과 수원 성빈센트병원 등에서 의사 8명을 비롯해 약사 간호사 등 23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12시간 동안 250여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골주크·얄로바(터키)〓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