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오늘 개원 51돌을 맞았다. 한승헌(韓勝憲)감사원장은 내달 28일 정년퇴임한다. 이를 계기로 감사원의 역할 보완을 권고하고 싶다. 아울러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앞으로 감사원장 및 감사위원 적임자를 법률가 출신에만 국한하지 말고 국가차원의 경영마인드가 돋보이는 인사 중에서도 폭넓게 찾아봐 주기를 바란다.
새삼스레 말할 필요도 없이 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을 포함한 각급 공공기관의 행정 및 재정 효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또 국가 성장잠재력을 더 다지려면 민간 각 부문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서비스의 강화가 긴요하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활동 방향과 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감사가 무엇에 주안을 두고 어떤 잣대에 따라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이 모든 공공부문의 행동양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활동이 행정운영 및 재정집행의 효율과 효용을 충분히 검증하기 보다는 법제도 및 규정상의 요건을 지켰는지, 금전적 비리는 없는지를 가리는데 치우친다는 지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대민(對民)서비스를 위해 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법규상 절차를 우선시하는 관료행태가 줄지않는 것도 이같은 감사관행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얘기들이다. 감사에 있어서 행재정(行財政)운영의 생산성보다 적법성 여부가 주로 강조되면 공공부문의 고비용 저효율이 조장될 수도 있다.
물론 뿌리 깊은 부패 및 비리구조를 척결해야 할 필요성에 비추어 감사원의 사정기관적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활동이 결과적으로 공직사회의 보신주의를 촉진한다면 이 또한 해결돼야할 과제다. 공직자들이 신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감사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꼭 해야할 대민서비스까지 법규를 핑계삼아 회피하거나 행재정 운영상의 창의성과 적극성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정부가 변하려면 감사원부터 변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아직도 규제투성이인 현행 법규에만 매달린다고 해서 국가경영의 저비용 고효율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감사원 조직에 경영마인드가 좀더 확산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판사 검사 변호사 경찰 출신 및 법률 전공의 내부기용자들로만 짜여 있는 감사위원 구성에도 다소간의 변화가 요망된다. 미국 영국 등의 경우 우리나라의 감사원과 유사한 정부조직을 공인회계사 출신이나 경제학박사에 경제부처 관료를 지낸 인사가 이끌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