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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공종식/검찰의 '조직보호 로비'

입력 | 1999-08-22 19:00:00


요즘 국회 ‘조폐공사 파업유도 국정조사특위’ 소속 의원들은 ‘검찰청에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돌출발언으로 촉발된 이번 국정조사에 현직 검찰간부들과 공안검사들이 대거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되자 이들을 명단에서 빼달라는 로비전화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위소속 여당의원인 A의원의 경우 최근 갖가지 ‘연줄’을 동원한 검찰의 전화공세가 빗발치자 아예 ‘검찰에서 걸려온 전화’는 연결하지 말라고 비서진에게 지시했다.

이같은 전화공세는 야당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 학연 지연 혈연 등 온갖 ‘연(緣)’이 동원된 로비에 시달린다. 한 야당의원은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면서 “검찰의 조직보호 본능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특히 25일로 예정된 검찰청 기관보고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검찰총장의 국회출석까지 강력히 요구하면서 검찰의 로비전화 공세는 한층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또 일부 검찰간부들은 의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특별검사제 도입이 추진되면서 정치권을 바라보는 검찰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은근히’ 전하는 ‘위협성’ 발언도 곁들인다는 것. 익명을 부탁한 한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이같은 전화를 받으면 부담스러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아무튼 검찰측의 이같은 로비공세를 직접 겪거나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물론 곱지 않다. 한 의원은 “현직 간부가 청문회에까지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검찰조직이 느끼는 당혹감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요즘 검찰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왜 검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종식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