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를 사면하는 문제가 여권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다. 국민회의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 등 당직자들은 ‘개인적 견해’라는 단서를 달아 8·15광복절 특사 때 김씨도 함께 풀어줄 듯이 얘기하고 있다. 여당차원에서 보안법 등 위반사범 특사를 건의할 때 김씨 사면도 포함하는 방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특별사면은 법률적으로 대통령만이 갖고 있는 고유권한이다. 그리고 여당으로서는 이런저런 건의를 당총재인 대통령에게 올릴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는 김씨를 이번 8·15에 사면해줄 경우 “사면권을 정치적으로 행사하면 ‘법 앞에서의 형평’은 또 무엇이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권한이 그렇듯이 대통령의 사면권 역시 법치주의의 테두리 안에서, 형평성과 공정성을 갖추어 행사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김씨는 아직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사면복권은 형이 확정된, 이른바 기결수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한달도 남지 않은 기간에 본인의 상고취하 등의 무리한 방법을 동원, 형을 확정하고 사면을 내릴 경우 당연히 정치적 각본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좀도둑을 포함해 교도소 안팎의 만인이 ‘법앞에서 평등’한 조건인데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는 것은 특별하고도 이상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당이 김씨의 사면을 왜 그렇게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가며 서두르려 하는지, 그 저의를 모르겠다. 물론 그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로서 이미 열한달 보름이나 감옥살이를 했으니 뒤이은 정부하에서 다시 형이 확정되어 복역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복잡한 정치적 계산보다는 법치의 원칙을 확립하고 정치적 부패에 관한 필벌(必罰)을 통해 청정(淸淨)정치의 틀을 잡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는 알선수재(32억7000만원), 조세포탈(33억9000만원)혐의로 기소되어 대부분 대법원에서까지 인정되고 부분적인 혐의만 논란이 있어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선거 자금으로 쓰고 남은 돈 70억원을 헌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형이 확정되면 내겠다며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범법과 부패에 대해 무리한 절차를 밟아 특별한 관용을 베푼다면 그것은 정치적 계산에 의한 ‘흥정’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벌써부터 야당분열책이니, 상도동에 대한 ‘햇볕정책’이니 하는 해석이 나돌고 있음을 정부여당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