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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리뷰]KBS1 「현장르포 제3지대」 秀作

입력 | 1999-06-21 19:32:00


KBS1 TV가 18일 밤 11시45분에 방영한 ‘현장르포 제3지대’의 ‘그 밭에 배추를 심어라―도시 아이들의 산골 체험’편. 시청률이 9.4%에 머물며 같은 시간대 타 방송사가 방영한 영화나 스포츠 하이라이트에 밀렸다. 그러나 이 프로 제작자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재미를 버렸다. 시청률경쟁을 개의치않는 자세가 돋보였다.

소재는 권신아양(서울 봉천여중 3년) 등 도시의 아스팔트 문화에 젖은 아홉 아이들의 ‘딴 세상 체험’이다. 권양 등은 중학 교육과정의 하나인 현장 체험을 위해 해발 1100m에 있는 강원 정선군 북면 고양리 산골에서 6일간 ‘촌사람’이 됐다. TV도 못보고 컴퓨터도 켜지 않고 학원도 안가고. 대신 고랭지 밭에 나가 배추도 심고 산나물도 캤다. 정선 읍내 5일장에 나가서 참외를 놓고 흥정도 해봤다.

진한 땀냄새,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 들어가고 싶지 않은 재래식 변소, 칠흑같이 어두운 산속의 밤…. 특히 연출자가 제3자의 자리를 냉정히 지켜 르포의 의미를 더했다. 힘들다고 몰래 내빼는 아이, 전혀 꾸미지 않은 시골 할머니, 무질서한 작업 현장 등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 속에서 아이들은 짧은 시간내에 자연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골 친구도 사귀고 농사일도 해내고. 마지막날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밥을 먹겠다” “앞으로 힘든 일도 피하지 않겠다”며 체험으로 얻은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소감으로 밝혔다.

자연스럽게 던져준 이같은 의미로 인해 이 프로는 또래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 만했다. 시청자 김내영씨(30·서울 광진구 중곡동)는 “중학생인 조카에게 산골체험교육 프로그램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밭에…’는 KBS의 주문을 받아 독립프로덕션인 리스프로가 제작했다. 부족한 예산이나 인력 등 독립프로덕션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하면 리스프로가 이처럼 시청률을 올리기 어려운 프로를 기획한 게 놀랍다. KBS도 공영방송 이미지에 좋은 프로 하나를 더 쌓아올린 셈이다.

〈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