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이 각종 부과금이나 분담금 명목으로 내는 준조세(準租稅)는 8조원 이상이지만 사용용도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눈먼 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준조세 관계법령 분석’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준조세 규모는 97년 기준으로 총예산의 11.4%인 8조1364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로 추정되지만 사용용도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같은 막대한 규모의 준조세를 부과한 기준과 사용용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부담금관리기본법’이나 ‘준조세경비관리기본법’ 등을 제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전경련은 과징금 사용료 부담금 분담금 등 8종의 준조세성 경비를 내도록 규정한 법령 198건을 분석한 결과 징수액이나 사용내용을 공개토록 하는 법적 규정이 없는 등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준조세성 경비를 부과성격에 따라 나누면 △행정제재 69건 △경비충당 39건 △기관운영경비 36건 △행정요금 1건 등이었으며 법령상 부과이유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는 경우도 무려 53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준조세성 경비의 부과대상은 사업자 행위자 수익자로 구분할 때 사업자 대상이 100건으로 과반수를 넘었으며 이중 과징금 등 행정제재가 63건으로 나타났다.
근거 법령에 준조세의 산정기준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는 12건으로 하위 지침이나 내부규정에 위임해버려 ‘조세 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부과징수 절차를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경우가 42건에 달했으며 사용 용도에 대해서도 198건중 86건만 규정, 상당수가 부과 취지 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경련은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행정제재 성격을 가진 과징금의 경우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활동 규제가 많을 수록 준조세가 늘어남을 입증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