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참여연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1백1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주를 ‘김태정장관 해임 및 총체적 국정개혁을 촉구하는 국민연대 행동주간’으로 정하고 어제부터 가두집회와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11일까지 매일 집회를 열고 11일에는 각 단체에 소속된 원로들이 참여하는 기자회견도 마련할 예정이다. ‘옷로비’의혹사건 등 시국현안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한마디로 꽉 막힌 ‘벽’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고 경제난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온 서민들의 분노와 배신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매번 같은 소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시민단체 사람들은 이번 운동을 통해 국민의 소리가 정부쪽에 올바로 전달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이번 운동은 ‘옷로비’의혹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국정개혁 전반을 비판의 도마위에 올려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옷사건’과 관련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내린 김태정(金泰政)장관의 유임결정을 사실상의 개혁포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정부가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온 개혁이 실제로는 지지부진한 데도 그 원인이 있다.
시민단체들 중에는 정부의 개혁노선이 일부 비난을 받을 때에도 우호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혹은 비판적 지지입장을 보이는 단체들이 많았다. 이들은 건국 이후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과 김대통령이 민주화투쟁에서 보여준 개혁의지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운동을 통해 이들마저도 현 정부에 비판의 포문을 열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참여 단체들은 국내 영향력있는 시민단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비판의 대상도 곧바로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인내심을 갖고 개혁성과를 지켜본 이들이 이처럼 현 정부에 등을 돌린 것은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 불만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와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아울러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 한 이를 쉽게 달랠 수도 없을 것같은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은 요즘 정권과 민심사이의 괴리현상을 빗대어 ‘국민의 정부에 국민이 없다’며 정부를 나무라고 있다. 정부로서는 어떤 말보다도 뼈아픈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더이상 마이동풍(馬耳東風)식의 ‘버티기’가 아닌, 열린 자세로 사태를 직시해야 옳다. 김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도록 하기 위해 주변에서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