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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포비아展」/ 현대인의 불안 근원 찾기

입력 | 1999-05-31 18:53:00


누구나 한번쯤 무엇엔가에 대해 ‘공포’를 느껴본적이 있을 것이다. 공포란 무엇인가?

심리학자들은 공포라는 감정을 근본적으로 ‘싸움 또는 도망을 하고 싶은 반응’으로 정의한다. 들판에서 위험한 동물을 만났을 때,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해 위험에서 벗어나야하기 때문이다. 공포는 이처럼 위험한 환경에 대한 강력한 사전경고를 전달함으로써,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생존에 위협을 주는 자극이나 심각한 고통을 일으켰던 경험을 통해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정해진다는 설명.(권준모 경희대 심리학과 교수)

반면 ‘공포증’은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갖는 근거를 알 수 없는,불합리하게 두려워하는 증상이라는 것. 일종의 ‘고장난 경보기’라는 설명. 사람을 기피하는 ‘대인공포증’, 개방된 공간을 두려워하는 ‘광장공포증’이 그 예.

‘공포증’이라는 특이한 주제를 다루는 전시회 ‘포비아’전이 11일까지 서울 동아일보 광화문사옥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홍명섭 유현미 공성훈 권순평 등 회화 사진 설치작가 13명이 참가한다.

공성훈은 ‘개떼’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영사기를 통해 벽면 가득히 떼지은 개들의 사진이 비쳐진다. 한 두 마리의 개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여러 마리의 개들이 떼지어 모여있을 때, 그 개들이 통제되지 않을 때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통제되지 않고 두려운 개떼들이 사실은 ‘사람’을 비유하고 있다면…. ‘대인공포증’을 표현했다.

유현미씨는 ‘폐쇄공포증’을 다룬다. 그는 설치작품 ‘회복실 No.2―분홍방’을 출품했다. 그의 작품은 투명한 플라스틱 벽, 여러 개의 문이 달린 ‘모형 방’이다. 투명한 벽을 통해 답답함을 덜고 단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문을 달아 열린 공간임을 나타냈다. 이밖의 작가들도 사회윤리, 높은 곳에 대한 불안함 등 다양한 소재를 표현하고 있다.

유씨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갖고 있는 정신적 억압과 억눌린 감정을 드러내고 함께 이야기해보자는 전시”라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이윤희씨는 “공포나 고통은 살아있음의 강조”라며 “짓누르는 공포를 향해 맞서는 작품들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02―721―7772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