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지하철 파업/복귀기관사 인터뷰]『시민안전 더 중요』

입력 | 1999-04-23 19:38:00


“지하철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전동차가 탈선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는 것을 보면서 자책감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노조 파업 5일째인 23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G역 승무사무실. 15년째 기관사로 근무중인 A씨(38)는 노조의 파업이 시작된 뒤 며칠간의 깊은 고민끝에 이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A씨가 복귀를 결심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22일 발생한 서울 당산역 전동차사고였다.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노조의 파업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시민들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19일부터 5일동안 A씨는 파업에 참여하지도 못한채 집에서 지내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서울역과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2백여명의 동료들을 떠올릴때마다 죄책감이 엄습해왔습니다. 저녁이면 무작정 거리를 헤매며 술로 안타까움을 달랬죠.”

그동안 열악한 근무조건속에서도 서로 격려해온 동료들을 생각할 때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자신이 부끄럽게도 느껴졌다.

그러나 A씨는 시민들을 볼모로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노조의 파업에는 도저히 동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루빨리 노조측과 정부가 협상테이블에 나서 이번 사태가 충돌없이 끝나기만을 기도드릴 뿐 입니다.”

현재 A씨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비롯한 10여명의 복귀자들이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할 것이라는 사실.

“동료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혀 버린 지금 파업이 끝나더라도 계속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하지만 당장 제게는 무엇보다 1천만 시민의 안전이 급선무입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