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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서울에 납신「명성황후」객석 휘어잡아

입력 | 1999-03-29 19:26:00


5번째 업그레이드된 뮤지컬 ‘명성황후’가 객석을 달구고 있다. 본격 뮤지컬답게 아리아를 다듬고 스펙타클한 무대를 재설계했다. 명성황후 이태원의 ‘딕션(발음)’도 많이 교정됐다. 새 배역도 가세시켰다.

서울공연만 다섯번째인 ‘명성황후’(에이콤주최·서울 예술의 전당)를 리뷰해 본다.

관객을 잡아끄는 힘은 ‘명성황후’역의 이태원에게서 나온다. 특히 시해직전 명성황후의 심리묘사를 극적으로 부각시킨 아리아(‘왜 이리 아침은 더디 밝는가. 이 가슴은 왜 이렇게 서늘한가…’)는 이태원의 풍부한 성량을 온 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그의 단점은 15살부터 미국에서 생활한 탓에 생긴 어눌한 발음. 이번 공연에서 그는 ‘토종발음’에 근접했다는 평을 들었다. 극중 일본공사 미우라와 설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빠르게 내지르는 “저자의 가면을 벗겨보았으면 저 달콤한 말속에서는 독이 들어있고…” 대사는 완벽했다.

새롭게 호위대장 홍계훈 역을 맡은 서울 시립뮤지컬 출신 주성중도 전임자와는 또 다른 이미지로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다. 다소 연약해보이는 마스크와 하이톤의 음정이 갈라지는 등 아직 불안한 요소가 많지만 새로 짜여진 무과시험 장면 등에서 몸에 꼭 들어맞는 연기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

한층 보완된 무대장치도 극적인 요소를 가미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12m 높이의 2층무대를 소개했다. 위에는 평화로운 조선왕궁의 모습을, 아래에 미우라 일당의 ‘명성황후’ 암살계획 장면을 배치했다. 공간의 상하양분은 파격적 시도라는 평.

시해전후의 ‘명성황후’의 아리아를 두배로 늘린 점도 긴장감을 더해 줬다.

그러나 이태원의 아리아가 지나치게 장중하게 편곡됐다는 지적을 고치지는 못했다.

아름답고 감칠맛나는 사랑의 아리아나 절제되고 명징한 아리아가 더 포함되어야 극의 강약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그래서인지 2막 여자 어린이 ‘참요’의 노래(‘이상하다 눈꽃날려 매화꽃 덮네…’)가 더욱 절절히 들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 등은 저마다 애창 아리아를 몇곡씩 히트시켰다.

28일까지 1만8천1백여명의 유료관객이 찾았다. 평일에도 객석의 90%가 찬다. 4월5일까지. 화수목 오후7시반, 금토일월 3시 7시반. 02―761―0300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