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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 멀지않았다…내년 2월 유전자 지도 완성

입력 | 1999-03-26 19:01:00


‘너에게 나를 보낸다.’

영화 제목이 아니다. 21세기 초에는 ‘진짜 나’와 ‘복제된 나’가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는 꿈같은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필요한 만큼 실험실에서 인공장기를 배양하거나 피부나 손톱, 혹은 머리카락 한올만으로 사람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연구들이 지금 세계 도처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 ‘쥐라기공원’처럼 멸종한 공룡이나 맘모스를 빙하에 잠긴 체세포(DNA)에서 추출해 비슷한 파충류의 난자에 심어 되살려내는 일도 이젠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니라는게 유전공학자들의 얘기다.

97년 2월 영국에서 최초의 복제양인 돌리가 등장한 이래 국내에서도 최근 복제젖소 영롱이가 탄생하는 등 현대과학의 생물복제 기술은 이미 ‘정상’ 수준에 올라서 있다. 금기(禁忌)로 돼 있는 ‘인간복제’만이 과제로 남아있을 뿐이다.

이와 함께 인간의 유전자 정보가 조만간 완벽하게 밝혀질 전망이다. 인간 유전자 지도의 초안이 예상을 훨씬 앞당겨 내년 2월엔 완성될 것이라고 영국 BBC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영국과 미국의 연구기관들이 제작중인 유전자 지도 초안은 인체의 모든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약 10만개의 유전자중 90% 이상을 규명한 것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전자 지도 작성에 필요한 인체 게놈(염색체 쌍)정보 연구는 영국의 생어연구소를 비롯해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 1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각국 과학재단들의 경쟁적 지원으로 인간유전자 지도가 이처럼 조기에 완성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전자 정보는 인체의 신비를 풀고 질병을 연구하고 치료하는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은 물론이며 궁금적으로 실험실에서 사람을 창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줄 전망이다. 유전자 지도 초안이 나온 뒤 오류를 수정한 완전한 인간 유전자 정보는 2003년경 인류의 손에 쥐게 될 것이라고 한다.

‘파르테노제네시스 (처녀생식·parthenogenesis)’라 불리는 단성(單性)생식도 2001년경 실현될 전망이다.

아직까지 ‘인간복제’는 법이나 사회윤리가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96년 설립, 생명복제 벤처캐피털이라고 표방한 ‘베일리언트 벤처(VV)’사는 인간(생명)복제 프로젝트를 공공연히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전 세계에서 1백여명의 복제희망자를 모집했고 선진국은 물론 최근 복제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의 과학자들을 상대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할 사람을 공개모집하고 있다. VV는 ‘각 개인은 스스로의 유전자코드에 대한 유일한 소유자로 자신을 복제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수의과대 황우석(黃禹錫)교수는 “인간 복제는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먼저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복제 동물의 안전성은 몇세대에 걸쳐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언젠가 불가피하게 인간복제가 이뤄질 수 밖에 없겠지만 최초의 복제양조차 이제 겨우 2년반 밖에 경과하지 않아 관찰기간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2백77번의 실패 끝에 태어난 돌리. 1만5천번의 시도만에 나온 영롱이. 사람 복제도 숱한 ‘실패’의 과정을 겪어야 가능하겠지만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태어난 인간자체가 과학의 실패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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