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천재’ 허재(34·나래블루버드). 용산고와 중앙대, 기아엔터프라이즈 등 거치는 곳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그가 올시즌 새로 자리 잡은 소속팀 나래를 또다시 한단계 도약시키는 천재적 재능을 과시했다.
허재는 2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98∼99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회전 LG세이커스와의 3차전에서 15득점, 어시스트 7개, 가로채기 5개를 기록하며 82대 76의 승리를 이끌었다.
허재의 눈부신 활약으로 나래는 3승을 기록하며 4강이 겨루는 플레이오프 2회전에 올라 정규리그 1위팀 현대다이냇과 챔피언결정전 진출권을 놓고 30일부터 5전3선승제의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허재는 또 이날 경기 출전으로 프로 통산 1백29경기 출전기록을 세웠다. 이는 기아의 용병 클리프 리드와 동률 기록이지만 국내 선수로는 최초.
허재는 이날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고단수 수비와 현란한 드리블, 날카로운 패스, 가로채기,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3점슛을 꽂아 넣는 등 ‘농구의 모든 것’을 선보였다.
나래는 막판에 몰린 LG의 반격에 밀려 3쿼터까지 58대65로 뒤지며 끌려다녔으나 허재가 맹위를 떨치고 LG의 잇단 파울에 편승, 막판 역전극을 연출했다.
4쿼터 3분여까지 63대72로 뒤졌던 나래는 LG 박훈근이 양경민에게 파울을 범한 뒤 5반칙으로 퇴장하면서 입간판을 발로 차 테크니컬 파울을 얻었다.자유투 4개와 공격권을 얻은 나래는 자유투 4개를 모두 성공시키고 다시 공격권을 받아 해리스가 3점슛을 성공시켜 70대72로 바짝 따라붙었다. 이어 LG 공격을 끊어 공격 기회를 잡은 나래는 허재가 통쾌한 3점슛을 성공시키며 73대72로 경기를 뒤집었다. 나래는 2m6의 장신 센터 존슨이 골밑에서 착실하게 점수를 보태고 허재가 노련한 수비로 상대 공격을 번번이 차단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권순일·전 창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