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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KBS 「왕과 비」책임PD 윤흥식 주간

입력 | 1999-03-16 18:58:00


―‘왕과 비’는 실패한 드라마 아닌가.

“그렇지 않다. 지난주 시청률이 20%대다. 실패를 운운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사극으로 평년작은 된다. 다만 50%이상을 기록한 ‘용의 눈물’이 거둔 엄청난 성공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성공한 드라마인가.

“솔직히 남은 6개월간 ‘용의 눈물’만큼 폭발적 시청률과 화제를 만들어 낼 자신은 없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주제가 ‘왕’이었다면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인수대비(채시라 분)’를 중심으로 한 ‘비’에 대한 이야기여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한다.”

KBS의 간판프로로 성장한 대하드라마의 책임프로듀서(CP) 윤흥식주간(50). 그는 ‘왕과 비’를 ‘용의 눈물’과 비교하는 시각에 곤혹스러워 한다.

―‘용의 눈물’과 ‘왕과 비’의 엇갈린 성적표는 무엇 때문인가.

“기획단계에서 박정희 전대통령과 고려시대 삼별초 이야기를 놓고 저울질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제작비가 줄고 오픈 세트가 열악한 현실을 감안해 ‘왕과 비’를 선택했다. 익숙한 세조시대 이야기가 적은 투자로도 반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그 얘기가 그 얘기라는 인상을 준 것 같다.”

―사육신이 충분하게 평가받지 못한 반면 수양대군은 미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 대목은 어쩔 수 없었다. 여러 문중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극중에서 사육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분량도 많이 줄였다. 드라마가 새로운 관점을 시청자에게 제시하는 것은 우리의 사회분위기상 시기상조로 결론이 났다고 생각한다. 역사평론가 이덕일씨와의 논쟁(신동아 1,2월호)에서 보지 않았는가. 수양대군의 경우 국가의 체계를 잡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치적도 많아 재평가될 만한 인물이라고 본다.”

―고증은 바로 됐는가.

“사실 의상을 제외하고는 고증에 적극적이지 않다. 제작에 걸림돌이 될 것을 염려해서다. 그러나 국민 정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극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다. 역사교과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당연히 고증의 체계화가 시급하다. 사극 전용 오픈세트의 확보 등 사극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는 95년부터 ‘찬란한 여명’을 시작으로 ‘용의 눈물’ ‘왕과 비’에 이어 10월 방영되는 2000년 특별기획 ‘천년제국’(김재형연출 이환경극본) 등 KBS사극의 산파역을 맡고 있다. 윤주간은 라디오 드라마와 영화담당 PD 등을 거쳐 TV 드라마는 39살이 돼서야 ‘입봉(첫 연출)’한 늦깎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