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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21/독자제보]「발전소지원금」문제점과 개선책

입력 | 1999-03-03 19:42:00


발전소주변 지원금은 왜 지역주민들의 소득이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고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없어지는 걸까.

한마디로 지원금이 주인없는 공돈이라는 인식때문이다.

발전소 주변지원금은 국가발전을 위해 지역희생을 무조건 감내하도록 강요받던 개발독재가 끝나가면서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이 “지역환경을 파괴하는 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정부가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

89년 정부는 일본의 전원개발촉진세법(74년입법)을 참고해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을 만들어 국민이 전기요금으로 납부한 돈의 1.12%를 매년 지원금으로 출연하도록 했다.

문제는 일부 지자체나 마을 주민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볼 수 있는 이 기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동안 공공사업명목으로 돈이 쓰이는 곳은 농로 및 도로개설이나 마을회관 경로당 건설이 대부분.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그 지역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민들의 의사를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집하거나 전문가에게 자문하지도 않고 즉흥적으로 각종 사업을 벌여왔다.

또 민선시장이나 군수들이 다음 선거를 의식해 전시효과가 잘 나타나는 마을회관이나 건설사업에 지원금을 투입해왔다.

마을 주민들도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사업을 골라 치밀한 시장조사를 한 후에 시작해도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소득증대 사업을 별다른 준비도 없이 벌이다가 대부분 사업자금을 날려버렸다.

또 지원금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부패구조와 맞물려 지원금이 공무원 건설업자 일부 마을주민의 배만 불려준 사례도 많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방하고 사후에도 감시해야할 역할을 맡고있는 각 지자체 산하의 기금위원회는 각 마을에서 올린 안을 승인만 해주는 ‘통과의례’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기금을 출연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도 법에따라 기금을 매년 출연할뿐 사후에 돈의 사용처를 감사할 권한은 없어 한전지원금은 주인도 없고 감시하는 사람도 없는 ‘주인없는 돈’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국민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발전소주변지역 지원금은 여론이나 국회의 감시도 없이 일부 이해관계자만 아는 이른바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인 돈’처럼 사용된 셈.

발전소 주변지역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자체나 마을주민들이 모두 승복할 수 있는 제삼의 기관이 발전소 주변지역 사람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각종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집행을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