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정부가 추진중인 여러 개혁작업을 놓고 여당인 국민회의와 정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민회의가 원칙에 입각한 강력하고 신속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데 비해 정부측은 단계적이고 온건한 개혁방안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그동안 개혁작업에 다소 소외돼 왔었으나 최근들어 여러 사안에 대해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회의 안에서는 정부의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한데는 개혁에 미적지근한 관료, 특히 경제관료의 책임이 크다며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요구해 정부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때 당 개혁추진위에서 정부에 개혁추진감시단을 파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나왔던 것도 이런 당내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최근 당정간 이견이 노출된 사안은 인권위원회 위상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한시적 계좌추적권부여 문제.
법무부와 여당은 28일 국회에서 인권법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으나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법무부는 인권위를 특수법인형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당측은 독립기구로 설립해야 한다고 맞섰다. 당정은 12월1일 다시 당정협의를 갖고 이 문제에 대한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인데 당측안의 수용여부가 주목된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인권법의 핵심인 인권위를 독립기구로 설치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법무부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비판했다. 또 국민회의는 청와대측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강력한 재벌개혁에 필요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직접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관철시켰다.
26일 청와대 주례보고에 다녀온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김대통령이 공정위에 대한 계좌추적권 부여를 지시했다”고 발표한 반면 강봉균(康奉均)청와대경제수석은 “지시가 아니라 자민련과 협의하라는 의미”라고 말하는 등 청와대와 당이 대립하는 인상을 줬다. 이처럼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자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이 27일 김대통령의 의중을 직접 확인해 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혼란이 해소됐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