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깻잎 상추 시금치 등 엽채류에 대한 농약잔류허용치를 10월중순 최고 1백배나 슬그머니 올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식약청은 7일 윤철상(尹鐵相·국민회의)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농촌진흥청의 요구에 따라 행정지침을 개정해 지난달 20일부터 엽채류에 대한 살충제 등 농약 24종의 잔류허용치를 최저 1.5배에서 최고 1백배까지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농약이 주로 쓰이는 엽채류는 상추 무잎 양배추 부추 케일 셀러리 배추 쑥갓 양상추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등 11종이다.
그동안 식약청은 이들 엽채류를 재배면적이 적은 소면적 작물로 분류해 별도로 농약잔류허용치를 마련하지 않고 잔류허용량이 가장 낮은 작물의 기준을 적용해왔다.
이에 따라 마늘의 기준치(0.1PPM)를 적용받던 양상추에 대한 살충제 인프로디온의 잔류허용치가 10PPM으로 1백배 높아진 것을 비롯해 대부분 엽채류의 농약잔류허용치가 평균 10배 이상 상향조정됐다.
식약청은 상향조정된 농약잔류허용치를 적용해도 성인의 1일 농약섭취량은 개정전 허용량의 13.57%에서 개정후 15.14%로 약간 높아지는데 불과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식약청의 조치에 대해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고 △채소류 소비가 증가하는 식생활 패턴을 무시한 채 96년의 식품섭취량을 판단기준으로 삼았으며 △노약자 어린이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녹호(金祿皓)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농산물에 대한 농약잔류허용치를 높인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잔류농약은 임신부가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태아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