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존 그리샴같은 작가의 출현을 보게 될까. 단지 ‘책을 많이 파는 작가’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새 소설 한편의 기획서가 발표되면 출판사 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곧장 계약제의가 들어오는 그들처럼 문학작품 하나로 영화 애니메이션 컴퓨터게임 캐릭터등의 2차생산을 이끌어내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문화산업형’ 작가들이 최근 한국소설계에도 하나둘 머리를 내밀고 있다.
이들의 출현지는 통속소설로 분류되는 장르. ‘퇴마록’으로 널리 알려진 이우혁(33)과 ‘드래곤라자’의 이영도(26) ‘용의 신전’의 김예리(21)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의 공동저자 장용민(29) 김성범(25) 등이 ‘문화산업형’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미 ‘퇴마록’을 영화화한 이우혁은 최근 출간한 ‘파이로매니악’(미컴)도 ‘퇴마록’을 만든 영화사 폴리비전과 영화화를 교섭중이다. ‘드래곤라자’(황금가지)는 퓨처엔터테인먼트사에 롤플레이 컴퓨터게임 시나리오로 팔렸고 K,S사와 애니메이션화를 교섭중이다. ‘용의 신전’(자음과 모음)은 컴퓨터게임제작사인 P사에서 머드, 3차원그래픽게임용으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지맥필름이 영화로 제작, 내년1월 개봉예정인 ‘건축무한…’(미컴)의 경우 시나리오를 소설로 개작해 역진출한 예.
이들의 작품이 쉽게 영화나 컴퓨터게임화 되는 이유는 판타지 테크노스릴러 추리 등 지금껏 순문학이 개척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소재를 확장해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권성우교수(동덕여대)는 “기존 문학이 인간내면 혹은 역사 이상으로 관심영역을 확대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들의 작품은 소재를 확장해 대중문화산업과의 유기성을 높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독자층을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산업형 작가의 출현은 출판사 운영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이들과 계약을 맺는 출판사들은 초보수준이기는 하지만 작가를 대신해 영화 컴퓨터게임 등 2차저작을 주선하는 에이전트 역할에 나서는 것. 미컴출판사 박정배사장은 “앞으로 소설의 기획단계에서 영화사나 애니메이션제작사 등에 미리 계약여부를 타진하는 방식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의 신전’을 펴낸 자음과 모음 이순민편집과장은 “일본대중문화개방을 생각할 때 영화 캐릭터산업등으로 2차생산할 수 있는 소설이 양산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문화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