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를 깎아줄테니 제발 조금만 더 써주세요.’
하반기들어 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은행 여신담당자들이 삼성 현대 대우 LG 등 주요 그룹 재무담당자들에게 돈을 계속 사용해 달라고 애원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금리가 한자리 숫자까지 내려가자 기업들이 상반기에 대출받은 고금리 대출금을 상환하려는데 따른 것.
금융기관들은 가뜩이나 자금을 굴릴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곤혹스러운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연이어 자금상환을 통보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달들어 5대그룹의 은행 대출금리는 상반기에 비해 2∼4%포인트 가량 떨어진 상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경우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리 16∼17%의 자금을 사용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13∼14%의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고금리 대출금을 상환하겠다고 통보하자 은행들이 금리를 할인해줬기 때문. 현대 대우 LG 선경 등 나머지 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작년말부터 올 7월까지 이면약정을 체결해야만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셈.
5대그룹들은 그간 외환거래 때 수수료를 정상 수수료보다 높게 책정하는 방법을 통해 은행측에 사실상 연리 2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해줬다. 이같은 이면계약이 자취를 감춘 것.
IMF사태 직후 주요그룹들이 향후 경제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금리 대출기간 액수 등 자금 조달조건을 따질 겨를도 없이 무조건 돈을 끌어썼으나 금리가 떨어지면서 정상거래로 돌아가고 있다고 금융계와 재계는 분석한다. 더구나 현재의 금리하락 추세가 지속된다면 대기업 여신금리는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전망.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