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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르포]서울 강남, 비아그라 불법판매 극성

입력 | 1998-09-20 19:29:00


요즘 서울 강남의 주택가에는 내년 9월까지 판매가 금지된 비아그라를 배달 판매한다는 광고지가 뿌려지고 있다.

또 이를 통해 비아그라 불법 판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15일 오후6시경. 한 일간신문에 끼여 들어온 전단광고를 보고 ‘990―21××’로 전화를 걸었다. 세번째 전화에서 뚜∼뚜∼ 발신음이 열 번 정도 울린 뒤 휴대전화로 연결.

“신문 전단지 보고….”

“비아그라요? 30대니까…. 과음하면 잘 안되시죠? 1백㎎ 한 알이면 됩니다.”

세 알 값 10만5천원을 판매상의 은행계좌에 입금하고 16일 오후1시경 서울 경희대병원 입구에서 판매상을 만났다. 박모씨(45). 노란색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술을 먹으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데 먹어도 되나요?”

“아무 탈 없습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白宰昇)교수는 “과음 후 가슴이 뛸 때 일종의 혈관확장제인 이 약을 먹는 것은 심장발작을 유발하므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판매상 박씨는 “커피숍에서 얘기나 하자”고 제안. 그는 ‘사업 파트너’를 찾는 중이었다. 박씨는 커피숍에서 30여분 동안 ‘5백만원으로 시작해 매달 최소 1천만원을 버는 장사’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휴대전화로 ‘고객’의 전화가 세 통 걸려왔다.

“미국의 다단계판매회사인 N사의 직원에게 한알에 1백㎎짜리 30알 한 통을 45만원에 사서 한 알은 3만5천원, 한 통은 95만원에 팔고 있다.” 한알에 50㎎짜리는 같은 값에 구입해 2만5천원에 판다. 박씨에 따르면 N사의 직원이 미국에서 건강식품을 수입하면서 비아그라를 몰래 들여온다는 것. 물건이 달릴 때는 남대문시장에서 한 통에 50만∼60만원에 구입한다고.

박씨는 또 “서울 J경찰서의 형사가 ‘빽’이어서 단속에도 안걸린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J경찰서는 비아그라 불법판매상의 검거를 맡고 있는 경찰서”라고 말했다.

박씨는 “7월초 위조한 주민등록증으로 전화와 은행계좌를 개설했고 8월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광고전단 4천장을 뿌리면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곧이어 방배 사당 신사동 등지의 주택가에 4만여장의 전단을 돌렸다. 여기에는 비아그라가 발기부전뿐만 아니라 조루 여성불감증 질신축성저하 등을 고칠 수 있다는 터무니 없는 내용이 실려 있다.

박씨는 첫주에 13명에게 3알∼1병을 팔았고 지금까지 4주 동안 5백알 가까이 팔았다고 한다. 그는 “불법이지만 말못할 고민들을 해결해 준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과 검찰에서는 더 많은 비아그라 판매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7월말 서울 동대문 일대에 판매 전단이 뿌려졌고 곧이어 강남구 일대에 휴대전화와 호출기 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돌려지기도 했다. 이는 박씨와 다른 판매수법.

비뇨기과의원의 의사에게도 비아그라를 사라는 판매상들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서울 L비뇨기과의원장은 “최근 환자들에게 필요하지 않느냐며 한 통을 45만∼60만원에 사라는 판매상들의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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