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발만 시원하면 온 몸이 시원해진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차가운 냇물에 두 발을 담그는 세족(洗足)을 ‘더위 이기기’의 으뜸으로 쳤다. 또 발은 성감대의 중요한 부분. 이성(異性)간이나 동성(同性)간 ‘사랑’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발에는 수 천 수 백개의 신경과 혈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으며 다리를 통해 심장과 뇌 및 각종 장기(臟器)와 연결돼 있기 때문. 발은 또 26개의 뼈, 41개의 인대 및 20개의 근육으로 구성돼 있어 몸을 지탱하고 땅바닥과의 충격을 최소화,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발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얼굴 손 등 다른 신체기관에 비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해온 게 사실. 특히 발이 무더운 날 양말과 신발 속에 갇혀 ‘중노동’을 하다 보면 모양이 바뀌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기 십상. 건강의 지름길인 올바른 발관리의 요령은?
▼걸음걸이〓정상적 보행은 발뒤꿈치―발바닥―발끝의 순서로 걷는 ‘3박자 보행’. 이렇게 걸어야 발의 피로를 덜 느낀다는 게 과학적 연구결과. 그러나 한국인 대부분은 평소 발뒤꿈치가 땅에 닿는 순간이 아주 짧고 발바닥이 땅에 닿는 시간은 많은 ‘평발보행’을 하고 있어 발이 쉽게 피로해진다는 것. 평발보행을 하면 체중이 발바닥으로만 전달돼 발바닥의 움푹 들어간 아치가 주저 앉으면서 평발로 진행. 발에 통증과 피로가 심해지고 붓는다.따라서 3박자 보행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발 선택〓발의 건강을 위해 예쁜 것보다 발에 맞고 편한 신발이 최상. 성인의 경우 자기 발보다 1.2㎝, 청소년의 경우 1.5㎝ 여유가 있는 것이 좋다. 하루 중 발이 가장 많이 붓는 오후 5시경 신발을 구입. 신발의 앞 쪽은 뾰족한 것보다 폭이 넓고 둥근 형태가, 굽에는 쿠션이 있는 것이 바람직. 또 발바닥의 아치를 받쳐주는 ‘아치 지지대’가 있는 것이 좋다.
△샌달〓여름에 많이 신는 샌달은 양 옆을 죄는 끈이 많고 앞뒤는 구두처럼 발을 감싸주는 부분이 있는 것이 좋다.
△여성〓가급적 하이힐을 신을 때는 굽 높이 3.5㎝ 이하의 것을 선택. 신발의 굽이 너무 높으면 발 앞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려 엄지 발가락과 연결된 뼈가 아픈 ‘중족골두통’이나 엄지발가락이 안 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이 오기도 한다.
△남성〓남성의 키높이 구두도 여성의 하이힐과 같은 증상을 나타내므로 주의. 통풍이 잘 되는 신발이 좋으며 너무 무거운 가죽구두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 비효율적이다.
△청소년〓청소년이 즐겨 신는 ‘항공모함 신발’은 3박자 정상보행을 불가능하게 해 평발로의 진행을 가속화.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선택.
▼신발을 벗고 난 후의 발관리〓오후에 신발을 벗고 발을 더운 물에 담가 피로를 푼다. 이어 발을 물과 비누로 깨끗하게 씻고 물기를 말끔히 닦은 후 로션으로 맛사지. 맛사지는 발가락에서 발등으로, 또 발바닥에서 장단지로 이어가면서 해 발 근육의 피로와 통증을 풀어준다. 또 하루 30분 정도 두 발을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올려 놓아 피와 체액이 아래로 흐르도록 해 발의 부기를 뺀다.
(도움말〓연세대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문재호교수 02―3497―2641,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과장 02―970―8259)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