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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실기업 퇴출

입력 | 1998-06-18 19:12:00


마침내 퇴출대상 부실기업들이 결정됐다. 국제경쟁시대에 자력생존이 불가능한 기업의 도태는 당연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자율적 퇴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잘못된 일이었다.

부실기업에 대한 은행의 부담이 환란의 주원인이 됐다는 점에서도 이번 조치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할 바에야 정부가 나선 것을 탓할 일이 아니다.

이번에 발표된 55개 기업들은 앞으로 은행의 신규여신 중단 및 대출금 회수에 따라 독자적 회생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퇴장당하게 된다. 매각 모기업합병 정리 등 크게 세가지 방안 중 어느 쪽이 될지는 은행과 해당기업이 선택할 문제지만 가급적 과감한 결정이 우리 경제 전체에 이롭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이번 부실기업 판정에는 재벌그룹 계열(또는 관계) 회사도 20개가 들어있다. 그동안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은행의 여신이 재벌그룹 사업확장에 이용됐던 점을 감안할 때 재벌내 부실기업이 과연 이 정도밖에 안되는지는 의문이다. 부실기업을 소유했던 대기업들은 차제에 지급보증 해소과정을 통해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번 조치는 몇가지 풀어야 할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금융권 전체에 파급될 자금경색 문제다. 부실채권을 회수 또는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금융기관의 막대한 부담때문에 우량기업에 대한 대출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견실한 기업을 살리자는 취지의 조치가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회생대상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적극적이고 빈틈없는 방안들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실패하면 더 이상의 부실기업 정리는 공감을 얻지 못한다.

퇴출대상 기업과 거래를 해온 중소업체들의 연쇄도산과 이에 따른 실직자 발생도 걱정스런 문제다. 어차피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는 없지만 중소기업의 도산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당장 퇴출기업에서 발생할 실직자 외에 유관 중소기업의 도산에 따른 2차적 실업사태도 보통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자금지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안 마련이 쉽지 않겠지만 실직자들의 생계보호와 조기 재취업을 위해 정부는 최선의 방책을 세워야 한다.

부실기업 정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부실기업은 규모나 소유형태에 관계없이 과감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동시에 이번 조치가 환부를 도려내 경제를 살리자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진력해주기 바란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