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 아카시아 꽃잎이 듣던 날, 감꽃은 ‘금(金)붕어 입술’을 달싹이고, 개벚나무 산벚나무 꽃들이 다 떠나버린 가지 끝, 알알이 밴 버찌는 봄볕의 뒤꿈치를 쫓는데, 절간의 보살꽃 수국백당, 그 곁에서 그보다 더 환한 ‘그’는 누구인가.
이름도 예쁜 쪽동백. 옥령화(玉鈴花)라고도 하고 노단피라고도 하고, 때죽나무 물박달 산아주까리라 부르는. 맑음. 아침 12∼16도, 낮26∼30도.
해 떨어진 북한산 중흥사지 폐허, 달빛에 젖어드는 ‘그’. 왠지 서럽구나.
‘나무와/나무 사이 건너는//이름도 모르는/바람 같아서//가지와 가지 사이 건너며//슬쩍 하늘의 초승달/하나만 남겨두는/새와 같아서//나는 당신을/붙들어 매는/울음이 될 수 없습니다…’(곽재구 ‘마음’)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