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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서영훈/화합으로 새로운 도약을

입력 | 1998-01-06 20:00:00


우리는 인간생활의 신구변화와 역사의 흥망성쇠를 연대와 시대로 가늠하여 지난날을 반성하고 앞날에 대비한다. 새로 맞이한 1998년은 21세기를 3년 앞둔 해요, 대한민국을 건국한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지금이야말로 낡은 시대가 가고 큰 변혁이 예상되는 새 시대를 맞이하는 중대한 과도기다. 지난해에 우리는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과 치욕을 겪었다. 오랫동안 국민적 고난과 희생 위에 어렵게 쌓아 올렸던 경제성장의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진 허망한 해였다. 아시아의 네마리 용 가운데 가장 덩치가 컸던 우리 경제가 속 빈 허상이었음이 드러나 국제적 원조금융에 매달리는 처지가 되었으며 국민 한 사람당 8백만∼9백만원의 빚을 떠맡는 신세가 되었다. 이러한 국가적 난국 속에서 우리는 15대 대통령 선거를 치러 차기대통령을 뽑았다. 비록 40만표라는 비교적 근소한 차로 당락이 결정되었으나 공명선거를 통하여 여야가 바뀐 역사적 정권교체가 실현되게 되었다. 이번 선거가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난 데는 두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과거와 같은 조직적 부정선거에 의한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공정한 민주선거의 증거로 볼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절대적 지지를 받은 당선자일 경우 흔히 빠지기 쉬운 독선독재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새로 뽑힌 차기대통령은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어온 야당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애환과 염원, 국가적 선후 과제들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는 건국 이래 역대 정권의 공과와 그에 따른 영욕의 평가를 역력히 보아 왔고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국부(國父)적 권위와 강력한 통치력도, 국력의 조직화를 앞세운 위협적 관리체제도, 사회개혁과 깨끗한 정치를 표방한 민주정권도 국민적 합의와 신뢰에 의한 동참과 협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었다는 산 교훈을 깊이 새겨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새 대통령과 새 정부는 국민적 합의와 동참과 협력을 얻기 위한 대화합과 일체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민화합의 대전제는 차별과 소외, 거짓과 불신, 반목과 갈등의 요인을 없애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골이 깊어진 지역간 계층간의 갈등들을 해소하는데 큰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을 책임진 지도자의 공정하고 헌신적인 애국심과 정치적 경륜 그리고 높은 도덕성이 크게 요망된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나라 사정이나 국민의 삶이 일조일석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새 대통령이 청와대 주인이 된다고 국민이 하루 아침에 정직하고 선량해지는 것도 아니요, 사회가 갑자기 깨끗하고 정의로워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야말로 온 국민이 지난날을 크게 반성하며 오늘의 험난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여 명암이 엇갈린 미래의 운명을 슬기롭게 개척해 나가기 위한 자아혁신과 공동체적 변혁이 절실히 요망된다 하겠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다같이 힘써야 할 것은 오랫동안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온 사회악과 병리현상을 퇴치하고 개혁하는 일이다. 장기간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기인된 구조적 부정과 비리, 사당(私黨)파쟁과 지역갈등, 집단이기주의, 분수없는 낭비 사치와 허장성세(虛張聲勢), 해이해진 준법질서와 공중질서, 퇴폐적 향락풍조, 인간의 존엄성 상실과 국민적 긍지의 실종 등 사회악적 병폐를 우리의 의식과 관행과 제도면에서 과감하게 그리고 근원적으로 꾸준하게 개혁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당면 과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의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일이요, 이에 필요한 제반 조치와 행동을 취하는 일이다. 그러나 보다 큰 목표는 건강하고 정의로운 민주시민사회, 사람답게 고루 잘 살 수 있는 문화복지사회를 건설하고 바람직한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것이다. 이 큰 목표를 향하여 새해에는 온 국민이 새롭게 거듭나 새 출발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서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