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경우는 통상적으로 정권교체시 신임대통령이 6개월 정도의 「허니문(밀월기간)」을 갖는다. 야당과 언론 등이 일정기간 신임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을 자제하는 일종의 한시협조체제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에게 이 허니문은 남의 얘기다. 대통령에 당선하자마자 「IMF한파」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열흘만에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설치문제를 놓고 원내에서 첫 시련을 맞았다. 결론은 김당선자의 뜻대로 금감위를 국무총리실에 설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대통령에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신여소야대」의 「쓴맛」을 톡톡히 맛본 셈이다. 김당선자는 당선직후부터 한나라당과 국민신당 등 예비야당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집권은 했지만 원내소수세력으로서 원만하게 국정을 운영해 나가려면 두 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으로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를 방문했을 때는 밀월기간을 언급하면서 우회적으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김당선자가 차기 정부의 내각을 구성하면서 30∼40%를 한나라당과 국민신당 등 「야당」에 할애하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을 하고 있는 것도 국민통합과 함께 「여소야대」라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금감위설치 논란은 그같은 노력이 쉽게 결실을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김당선자는 금감위를 재정경제원에서 독립시키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나라를 부도 직전까지 몰고간 책임이 우선적으로 재경원에 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금융감독기구의 중립성확보 등 관치금융철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도 당연히 금감위의 독립에 공감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국민회의 소위위원들까지 재경원 입장에 동조하고 나서자 상당히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김당선자가 전날에 이어 29일에도 『금감위를 재경원산하에 두게 되면 IMF와 국제사회에 독립성보장이 법제화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 호전된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반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것은 김당선자의 금감위 독립에 대한 강한 집착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김당선자의 입장에서는 막판에 한나라당의 양보를 얻어내 다행히 차기대통령으로서의 면목은 세웠지만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이 「거야(巨野)」의 과시를 통해 DJ를 길들이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하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김당선자가 「여소야대」 구도를 인위적으로 뒤바꾸려는 유혹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