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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한파/비상걸린 스포츠계]올 17개팀 해체

입력 | 1997-12-15 20:38:00


《경제난과 IMF한파. 그 속에서 스포츠도 「중증의 독감」을 앓는다. 명문팀이 잇따라 간판을 내리고 지도자와 선수들이 길바닥으로 내몰리는 등 한국체육의 근간인 엘리트 스포츠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녕 탈출구는 없는가. 한국스포츠의 현실과 자구노력, 나아갈 방향 등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밤새 안녕」. 요즘처럼 이 말이 절실하게 와닿은 적은 없었다. 자고 일어나면 구단 해체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수십년 동안 한국체육의 요람역할을 해온 팀이 하루 아침에 문패를 내리고, 오갈데 없어진 선수들의 절규가 가슴을 때린다. 경제난에 겹친 IMF 한파. 온 나라가 벼랑 끝에 매달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지금, 체육계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올들어 해체된 팀은 모두 17개. 여자농구가 제일은행 코오롱 한국화장품 외환은행 등 4팀으로 가장 많고 축구가 한일은행 국민은행 등 2팀, 씨름이 우리금고 세경진흥 등 2팀이다. 특히 IMF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달이후 해체선언을 한 팀은 무려 6팀. 이중 여자배구 정상팀 한일합섬과 여자농구 강호 코오롱의 해체는 충격적이다. 남자배구 정상팀 고려증권도 아직 해체는 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상태. 내년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또 얼마나 많은 팀이 문을 닫고 선수들이 길바닥으로 내몰릴 것인가. 체육인들이 요즘의 실태를 「스포츠의 공황」으로 표현하는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팀해체설이 하도 분분하다 보니 웃지못할 해프닝도 생긴다. 멀쩡하게 잘 있는데도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경우다. 국민은행 여자농구팀의 김태환감독은 14일과 15일 빗발치는 위로 및 안부전화에 시달렸다. 국민은행 축구팀 해체가 농구팀으로까지 불똥이 튀어 함께 해체한다는 소문이 쫙 퍼졌기 때문이다. 김감독은 『이미 내년예산이 확정됐고 구단 버스도 새로 바꿨다』며 『왜 해체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당혹해했다. 그렇다면 팀은 「봉」인가. 왜 경비절감 문제만 나오면 가장 먼저 구단이 도마 위에 올라야 하는가. 최근 해체한 여자농구팀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것은 한국체육 발전에 대한 기여라는 사명감보다는 기업 홍보가 더 큰 이유』라며 『홍보효과가 없는 팀은 존재이유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 남자프로농구에 밀려 인기가 추락한 여자농구팀의 해체가 잇따른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운동팀이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도 해체에 한 몫을 한다. 『직원 수십명의 해고보다 팀의 해체가 회사전체의 자구노력에 더욱 「극적」으로 작용한다』는 은행팀 관계자의 말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경계해야할 점은 최근의 경제사정을 핑계삼아 「눈엣가시」이던 운동팀을 없애는 것. 평소 해체하고 싶어도 여론의 화살을 우려해 자제하던 기업들이 「허리 졸라매기」라는 명분을 앞세워 칼을 드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팀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 사원들의 정신적인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프로농구팀인 기아엔터프라이즈가 그 좋은 예. 기아구단은 모기업의 극심한 경영난으로 우선매각대상에 올랐으나 사원들이 팀 존속을 간절히 원해 아직 코트를 누비고 있다. 스포츠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해왔다. 이젠 우리가 스포츠를 껴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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