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자금지원 이후 재계의 자구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계는 종전의 구조조정 계획을 훨씬 앞당기고 강도도 훨씬 높이고 있다. 쌍용자동차를 대우그룹에 매각, 부채 부담을 줄인 쌍용그룹은 곧바로 후속조치에 들어가 임원 감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상경영계획을 시행키로 했다. 9일 쌍용그룹에 따르면 전체 임원 3백40여명중 30%인 1백명을 감원하고 임원의 급여를 30% 줄이기로 결정했다. 또 직원 급여는 15% 삭감하고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과 임원의 승진을 전면 동결키로 했다. 쌍용그룹은 이와 함께 용평리조트(매각 예상금액 5천억∼6천억원)와 서울 삼각지 부지사옥(1천3백억∼1천4백억원) 은화삼골프장 등의 부동산을 처분키로 했다. 또 쌍용중공업의 직기사업과 쌍용엔지니어링의 진단보수사업 등 한계사업을 정리, 8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면서 관련 인원도 감축할 계획이다. 한편 한화그룹은 계열사인 한화바스프우레탄을 합작파트너인 독일의 다국적 기업에 9일 매각했다. 한화종합화학 이종학(李鍾學)사장과 독일 바스프사의 다니스사장은 이날 한화종합화학의 보유지분 50%를 바스프사에 1천억원에 매각키로 합의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매각대금은 연내에 외화로 입금된다. 한화측은 『이번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외화자금난 완화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도 계열사 및 부동산 매각과 한계사업 철수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5대 그룹 중 유독 침묵을 지켜온 LG그룹의 구본무(具本茂)회장도 이날 IMF 자금지원 이후 처음으로 가진 임원 월례회의에서 현 상황을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모든 경영 활동을 재검토 하도록 지시했다. 구회장은 『현재의 위기는 과거에 겪지 못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내부의 살을 도려내는 고통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전 임직원은 고통분담에 참여해 달라』고 말해 임원 상여금 200% 삭감에 이어 또다른 조치를 계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구회장은 이어 『사업계획을 재조정,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라』고 지시하고 『투자규모를 대폭 축소조정하고 모든 부문의 비용도 줄이는 등 경영 전부문의 군살 제거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동아건설도 9일 임원의 30%인 34명을 퇴임시키고 조직을 종전의 10본부, 4실, 62팀에서 9본부, 4실, 51팀으로 줄이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또 대한통운 동아생명 동아증권 등 다른 계열사도 동아건설과 같은 원칙에 따라 곧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할 예정이다. 한편 5대그룹 중 삼성은 이미 조직 30%, 투자 30%를 축소키로 했으며 대우는 임원 임금 15% 삭감과 과장급 이상 급여 10% 삭감을 발표했다. 또 현대그룹은 투자 30% 축소와 임원 상여금 200%를 반납키로 했으며 해태 코오롱 등도 최근 조직과 임원감축을 발표하는 등 구조조정 바람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희성·황재성·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