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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勞使 함께 살기

입력 | 1997-12-09 20:25:00


근로자들의 의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고용주와 한마음이 되어 일터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임금삭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무보수 시간외근무를 자청하는가 하면 공휴일도 반납하는 등 근로자들의 자세가 달라지고 기업 또한 감원을 않겠다는 약속으로 화답하고 있다. 격렬한 대립구도 속에 자기몫 챙기기에 급급하던 그간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새롭고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내년엔 대량실업이 예고되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지고 산업전반에 걸쳐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추진된다면 내년 실업자수가 1백만명을 넘으리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근로자들 사이에 일고 있는 회사살리기 움직임은 이같은 대량실업에 대응한 자구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변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기업의 운명이 곧 자기운명과 같다는 사실에 근로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노사(勞使) 공유의 생산조직이며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은 노사대립이 극심하던 지난날 수없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근로자와 기업주의 속마음에 공명(共鳴)을 일으키지 못한 것이 우리의 실상이었다. 근로자는 요구하는 대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몰두했고 기업들은 노사문제의 번거로움과 고임금을 피해 해외로 도피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산업은 빠른 속도로 공동화(空洞化)하고 근면 성실의 미덕은 증발했다. 우리는 지금 IMF관리아래 경제운용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이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 이 어려운 시기에 노사가 고통을 나누며 기업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가경제의 재기는 불가능하다. 고용불안기 한때의 대응이 아닌 노사관계 기본틀의 재정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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