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기아자동차의 공기업화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에 떠밀린 막다른 선택으로 풀이된다. 재경원은 지난 10월22일 기아자동차를 산업은행의 출자회사로 공기업화, 2년 정도 정상화를 꾀한 뒤 나중에 민영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증자후 실권주 인수나 제삼자 배정 방식으로 산은의 출자전환을 올해안에 완료키로 하고 산은의 출자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법규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키로 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법규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출자전환 일정도 전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산은 당국자는 8일 『출자전환을 올해안에 해보려고 검토는 해봤으나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특정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및 세제 혜택을 금지한 「IMF와의 합의문」이 돌출, 기아자동차의 운명을 바꾸어놓게 된 것. IMF체제에서는 금융특혜 방식인 산은의 기아자동차 경영 직접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IMF가 기존 공기업조차도 민영화하라고 요구하는 마당에 자동차업체를 공기업화하기는 어렵다는 것. 또 산은 자체도 이미 제일은행 출자에 참여하는 등 여력도 없어 기아자동차를 무리하게 떠안기 어려워졌다는 것. 하지만 공기업화가 무산된다고 해도 기아 처리의 궁극적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일단 공기업화하더라도 민영화 즉 제삼자인수로 갈 것은 시간문제가 아니겠느냐는 것. 다른 점이라면 제삼자인수가 당초 계획보다 훨씬 앞당겨진다는 것. 공기업화의 경우 최소 2년간 산은이 경영을 책임지기로 약속했으나 이 방안이 백지화되면 법정관리하에서 내년중 제삼자인수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IMF와의 합의문은 △자본시장 개방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장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기아의 운명은 예측불허의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키로 한 대우그룹을 일단 배제하면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유력한 기아 인수후보. 특히 삼성그룹은 기아를 M&A해 삼성자동차의 위기를 돌파할 것이냐, 아니면 삼성자동차 자체를 M&A 대상으로 내놓을 것이냐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다.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단독회견에서 양쪽의 가능성을 동시에 시사했다. 한편 내년 투자계획을 당초 예정보다 40% 가까이 줄여 8일 발표한 현대그룹의 의중도 관심거리. 다른 부문의 투자를 줄이는 대신 자동차부문에서의 천하통일을 시도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관측도 있기 때문. 더구나 현대그룹은 대우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로 수위 자리에 위협을 느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내 업계는 너나없이 어려움에 처해 있어 미국 포드사 등 외국 자동차사들이 기아 M&A 경합에 뛰어들 가능성도 적지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드는 이미 17%선의 기아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 IMF의 「한국기업정책」대로라면 이밖에 국내외의 누구든, 어떤 자본이든 시장논리에 따라 기아자동차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