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신임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가 발표한 「금융안정대책」은 환율의 신축적 운용을 통한 외환불안 완화와 금융기관 부실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예금보험공사의 기금을 파격적으로 늘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조기에 정리하는 한편 향후 은행파산에 대비한 예금자보호의 장치를 갖춰 놓았다. 이에 따라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문제는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이 10조원 규모이면 일단 급한대로 은행과 종합금융사의 부실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모든 금융기관을 살려주겠다는 것은 아니다. 예금보험공사와 신용관리기금에 7조5천억원을 출연한 것은 은행과 종금사의 파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원은 당장 이들 금융기관의 자산과 부채에 대한 실사를 통해 정리대상 금융기관을 추려낼 계획이다. 대상기관이 반발할 경우 강제적으로 인수합병(M&A)시킨다는 초강경 대책도 들어 있다. 외환대책에 있어서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2.25%에서 10%까지로 대폭 확대한 것은 시장에서의 인위적 환율변동 억제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는 것인 동시에 시장상황에 따라 환율을 좀더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정책방향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은행이 국내 외국계은행 지점들과 환매조건부 차입(Swap)협정을 맺어 1백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조달하기로 한 것은 당장 외환부족에 따른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것. 중장기 보증 회사채시장도 개방하고 종금사의 외환업무를 일제히 정비하기로 한 것도 환율대책의 일환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은 이번 대책에서 일단 제외됐다. 국제적 신인도 추락을 염려한데다 실제 필요하더라도 비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임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금융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하루라도 방치할 경우 내일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경제계도 때늦은 감은 있지만 조기발표가 적절하다는 반응이다. 하루를 끌어봐야 시장만 더 불안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사실상 정부의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나라 경제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안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IMF구제금융 신청, 즉 대한민국의 부도유예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금융기관이 한국의 대책을 신뢰하지 않고 계속 비관론을 견지할 경우 백약(百藥)이 무효(無效)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 정확히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모든 경제주체들이 협조해줘야 한다』며 『만일 대책의 효력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는 그대로 파산상태를 맞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가 사실상 17조5천억원을 금융안정에 투입하는 초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만큼 시장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 틀림없다. 다만 효력이 언제까지 얼마만큼 미칠지에 따라 국가 전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