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매년 신입사원을 공채하면서 채용인원의 20%에서 60%까지를 사전에 선발하고 있다는 보도(본보3일자 39면)가 나간 뒤 이같은 선발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과 학생들은 『대학교육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고 기업측에서는 『인사는 기업의 고유권한』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기업의 사전선발 대상은 주로 입학 당시의 수능평균 점수가 높은 대학의 학과 학생들.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평가받은 결과가 사회진출 때에도 결정적인 잣대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기업 인사관계자는 『거의 모든 기업에서 공채 면접시 수능성적을 중요한 평가잣대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성적은 비단 학습능력뿐만 아니라 성실성 참을성 등 여러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의 단서가 된다는 것.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에서는 면접관에게 전국 각 대학 학과의 해당 연도 수능 평균점수를 작성한 표를 제공, 면접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한마디로 인사담당자들의 무사안일주의에 불과하다는 반응. 경북대 법대 4학년에 재학중인 도모씨(25)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4∼7년 전에 받은 평가를 적용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면서 『대학에 들어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실력을 쌓아온 노력이 의미가 없다는 말이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지방대학을 나와 모 그룹에 5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32)는 『지금까지 명문대학 출신 동료들에 비해 능력이 뒤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면서 『오히려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범대 윤정일(尹正一·교육학과)교수는 대기업의 사전선발 방식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대학교육을 무시하는 이러한 처사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