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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체험기]美 3년거주 송용만씨

입력 | 1997-11-03 07:34:00


큰 아이가 중학교 3학년때 우리 가족은 뉴욕으로 이민왔다. 서울에서 아무리 열심히 벌어봤자 과외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다. 우리 부부는 서울에서나 이곳에서나 고생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끼며 활기있게 생활하는 것 같아 이민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고교 10학년(고2 해당)인 딸아이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생을 보는 것 같다. 서울에서는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학원으로 독서실로 옮겨다니며 책만 보던 아이가 여기서는 봉사활동이다 특별활동이다 하며 공부 이외의 일로 몹시 바쁘게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아직도 한국의 수험생 모습에 익숙해 책상에 앉아 있지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딸아이가 가끔은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봉사점수가 없으면 학과성적이 좋아도 대학에 진학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딸아이가 신나게 하고 있는 자원봉사 가운데 교사를 돕는 일이 있다. 하루에 1시간씩 교무실에 가서 교사의 수업준비를 거들어준다. 어떤 학생은 교사가 맡은 특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한국으로 치면 대학생이 조교로 교수일을 돕는 일을 고교과정에서 하는 셈이다. 처음에는 수업을 빼먹거나 점심을 거른 채 이 일을 하는 딸아이에게 『네 공부는 하지 않고 웬 딴 짓이냐』고 나무랐다. 그러나 딸아이는 『내가 좋아하는 과목의 선생님 일을 거들다 보면 도움받는 일이 많다』며 교실에서 책 펴놓고 있는 게 공부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야를 넓게 하고 분별력과 책임감을 키우도록 해준다. 덩치만 컸지 공부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던 아이가 수첩에 빽빽하게 스케줄을 적어놓고 바쁘게 생활하는 것을 보면 이민생활의 고단함도 잠시 잊는다. 송용만(美 3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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