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의 중요한 정치적 파트너였던 김윤환(金潤煥)고문이 단단히 화가 났다. 이대표가 후임 대표에 이한동(李漢東)고문을 지명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돈 직후부터다. 물론 김고문은 이고문이 대표가 되는 것에는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고문은 『9월초 도쿄에서 이고문을 만났을 때 서로 대표직을 맡으라고 양보했었다』면서 『문제는 이대표』라고 잘라 말했다. 이대표가 후임 대표를 정하면서 자신과 한마디 상의가 없었던 데 대한 불만이다. 김고문은 23일 『이대표의 행동은 정치를 떠나 인간적인 도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이대표에 대해 섭섭함을 넘어 강한 배신감까지 느끼는 듯했다. 이 때문인지 김고문은 이날 중진협의회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고 30일 전당대회에도 『이런 꼴로 내가 대구시민 앞에 나타날 수 있겠느냐』며 불참할 뜻을 밝혔다. 나아가 『이제는 무슨 자리든 맡지 않겠다』며 이대표를 더 이상 돕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이한동고문 서석재(徐錫宰) 김덕룡(金德龍)의원 등과 힘을 합쳐 10월말까지 이대표의 지지도를 2위로 끌어올리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와 승부를 걸어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게 내 복안이었는데 이제 다 물거품이 됐다』며 허탈해했다. 하지만 그는 『전당대회까지는 1주일 정도 남았으니 좀 더 기다려보겠다』며 이대표의 행동에 따라서는 마음을 돌릴 여지를 남겨놓았다. 이같은 갈등이 초래된 것은 총재직 이양 후 새 지도체제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는 이대표의 대선 승리여부를 떠나 장기적인 당내 입지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