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는 대선출마선언 후 처음으로 출연한 22일 MBC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질문자들의 끈질긴 추궁에 적잖게 시달렸다. 이전지사는 『새 세대답게 새로운 행동양식을 제시해달라』는 질문에 『10년간 정치를 통해 당과 국회에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모든 사물을 과학적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답변했다가 『상당히 자기 중심적일 가능성이 많고 자기 정당화시키는 논리를 편다』고 역공을 당했다. 또 세대교체와 관련, 『잘못하면 「인물교체」 내지는 「성씨교체」라는 얘기가 더 걸맞을 수 있다. 이전지사가 지금은 기성세대를 비판하고 있지만 30년후에 (지금의 기성세대처럼)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전지사는 『70년대초 40대 기수론은 당시 군사정권에 대해 비타협적인 투쟁을 하는 젊은 지도자가 필요했고 그런 차원에서 도전과 선택이 있었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시대적 요청이 있다』는 대답으로 맞받았다.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명백히 밝혀 달라』는 요구에는 『인권 등 사회공동체의 중심가치를 옹호하는 측면에서 나는 보수이지만 소외계층을 위한 정부개입에 적극적인 측면에서는 진보라고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전지사는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지사전용차 교체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관용차가 자주 고장나 규정 범위내에서 2천5백㏄ 차량을 구입하게 됐다』고 대답했다가 『2천㏄급까지만 구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자세한 규정까지는 모르겠지만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지도 않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한 질문자가 『이전지사가 관용차로 딸들을 등교시켜 준 적이 있다』고 지적하자 마침내 이전지사도 『그런 잘못이 있었다면 죄송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전지사는 북한 김일성(金日成)사망 때 조문여부와 관련, 『이전지사가 당시 대통령이었다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묻는데도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자 한 질문자가 『정치인은 어려운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는게 생리인 것 같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편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동아일보에는 『패널리스트들의 질문이 수준이하며 산만하기 짝이 없다』 『너무 악의적인 질문을 한다』 『패널리스트들이 질문을 하는건지 자기 주장을 펴는건지 알 수 없다』는 등의 항의전화가 잇달았다. 특히 한 질문자가 『국민이라는 말은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농촌사회 세대에서 쓰는 말』이라고 말한데 대해 『그런 궤변이 어디있느냐』는 항의도 있었다. 이전지사도 23일 『현실성있는 주제를 토대로 한 밀도있는 질문이 아쉬웠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