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년 전 자취를 감춘 공룡이 20세기 한반도를 점령했다. 영화속 이야기처럼 유전자 추출을 통해 되살아난 것은 아니다. 학용품에서 식기, 이젠 예금통장까지…. 먼 옛날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은 오늘 귀여운 캐릭터로 「진화」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친구가 됐다. 우리나라 공룡캐릭터의 원조는 「둘리」. 나중에 둘리나라 대표가 된 만화가 김수정씨가 83년 만들어냈다. 만화전문잡지 「보물섬」을 통해 첫선을 보인 둘리는 87년 만화영화로, 95년 둘리나라 설립 이후에는 학용품 생활용품 속에서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그 터전을 넓혀 나갔다. 오늘날 둘리의 얼굴은 크레파스 책가방 수건 전화기 교육용 비디오테이프를 거쳐 모은행 예금통장에까지 진출했다. 1년간 「둘리상품」의 매출액은 무려 20억원대. 둘리나라 윤주 실장은 『공룡이라는 낯선 상대에게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불어넣은 게 둘리의 성공비결』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발표되는 둘리만화를 통해 1318들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둘리나라는 최근 워너 브러더스사와 계약을 하고 동남아 유럽 등 해외에 둘리만화와 영화를 배급키로 했다. 한국의 공룡 둘리가 세계를 돌며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지 지켜볼 일.둘리 외에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공룡친구로는 바른손의 「헬로디노」가 있다. 95년 바른손이 자체 개발한 디노는 잡동사니 모으기가 취미.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하늘색 꼬마공룡이다. 여자친구 디나와 친구 토토 등을 데리고 다닌다. 바른손 매장에서 팔리는 팬시류 말고도 어린이방 벽지와 구급용 밴드, 춘천 시내버스 차체에서도 미소짓는 디노를 발견할 수 있다. 디노는 최근 대만의 파이어니어사 필기구에도 등장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기특한 꼬마공룡이 됐다. 바른손이 전망하는 올해 캐릭터 수출에 따른 벌이는 1억8천만원선. 둘리보다 뒤늦은 93년 할리우드에서 건너 온 「쥐라기 공원」은 국내에도 거센 공룡열풍을 몰고 왔다. 제일제당이 수입, 배포한 「쥐라기 공원 Ⅱ」의 캐릭터는 단 두달 동안 여러가지 상품을 통해 9억원의 판매고를 넘어섰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 편의점 체인인 보광훼밀리마트는 지난 여름 쥐라기 공룡의 캐릭터를 활용, 한달 동안 판촉행사를 열었으며 에스에스패션은 쥐라기 공룡이 도안된 티셔츠 청바지 등 옷가지를 시판중이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