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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참사 외면한 「방송의 날」

입력 | 1997-09-04 07:32:00


생일잔치를 하던 도중 옆집에서 불이 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흥이 깨질까봐 모르는 척해야 할까. 잔치를 잠시 멈추고 화재신고라도 하는 것이 사람사는 도리 아닐까. 3일 오후 케이블뉴스채널인 YTN과 통신에서 베트남여객기 추락참사를 전하고 있을 때 방송3사는 생일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KBS1 MBC SBS는 여객기 추락사실과 한국인 탑승자의 상태 등을 알리는 재난보도는 외면한 채 생일잔치라 할 「방송의 날 시상식」 생중계에 오후6시부터 2시간을 고스란히 할애했다. 베트남항공기 추락참사가 처음 알려진 것은 이날 오후4시반경. MBC가 오후5시뉴스 도중 이 사실을 짤막하게 전하기는 했다. 그러나 방송3사는 오후6시 전후와 6시반경 사고소식과 한국인 탑승자명단을 1,2차례 자막으로 내보냈을 뿐 박수와 환호, 춤과 노래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유일하게 중계를 떠맡지 않은 KBS 2TV만 오후7시 뉴스에서 5분간 사고소식을 전한 것이 전부였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송3사가 1년동안 준비해온 행사인데다 생방송이어서 도중에 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보도국 일각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방송윤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울분이 터져나왔다는 소리도 들린다. 1년에 한 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방송을 만들어온 사람들을 격려하고 이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알리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송대상 시상식이 해마다 3개 채널로 생중계를 해야 할 만큼, 우리 국민의 귀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참사」보다 더 긴급한 사안인지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방송3사는 신속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재난보도의 의무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차제에 방송3사가 해마다 방송의 날 시상식 생중계를 똑같이 해오는 「전파낭비」에도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릴 때마다 똑같은 화면이 나오는 TV를 원하지 않는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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