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까지 연이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이상 급등세(원화가치 급락세)를 보인 것은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의 손발이 맞지 않아 외환시장 개입 타이밍을 놓친데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원 가까이 오르내리는 심한 「널뛰기 장세」를 나타내 전날에 이어 또다시 기준환율 최고치와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이같은 외환시장 불안의 파장이 주식시장과 자금시장에 미쳐 주가는 떨어지고 금리는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매매기준율보다 1.60원 높은 9백5원에 거래가 시작된 뒤 상승 행진을 계속해 오전 한때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9백9.5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환율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한은이 보유 달러를 풀어 강력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8백99.80원까지 떨어졌으며 9백·50원에 마감됐다. 이에 따라 27일의 기준 환율은 이날보다 1.20원 오른 9백4.60원으로 결정됐으며 고객이 은행에서 달러를 살 때 적용되는 환율은 9백18.16원으로 정해졌다. 이같은 외환시장 불안과 관련, 재경원 고위당국자는 이날 『한은이 외환시장의 자율성을 고려하라는 재경원의 주문을 잘못 해석, 어제(25일)와 오늘(26일) 오전까지 시장에 소극적으로 개입하는 바람에 원화 환율이 크게 올랐다』며 『오늘 오후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원화 가치가 다시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재경원이 「9백원선 용인」 얘기를 흘렸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했다』며 『한은은 어제(25일)도 시장에 개입했으나 한계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경원 당국자는 『외환시장 개입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환율은 9백±5원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환율정책은 어떤 경우에도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라며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 자세를 강조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날 환율이 급등락하자 몇차례 환율을 재고시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강운·임규진·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