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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여자의 사랑(200)

입력 | 1997-08-02 07:28:00


쓸쓸한 봄의 저편 〈26〉 꼭 그렇게 말할 건 아니었다. 아니 그렇게 말해선 안되는 것이었다.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도 그랬고, 또 명혜씨가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지를 아는 입장에서도 그랬다. 만약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독립군이 안다면 그건 독립군에까지 부끄러운 일이었다. 조금만 생각이 깊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재규어의 어떤 집요함이 싫었을 뿐이었다. 그와 헤어진 다음 그녀는 오후 수업을 빼먹었다. 수업을 빼먹은 채로 그녀는 독립군을 찾아 그의 강의실이 있는 경영대학쪽으로 갔다. 왠지 꼭 그렇게 해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수업 있는 날이잖아, 오늘』 건물 밖에서 한 시간쯤 기다렸을 때 그가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그 요일 오후 수업은 그녀가 그보다 한 시간 늦게 끝나도록 시간표가 짜여 있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만날 때면 그녀쪽보다는 독립군이 낡은 오토바이를 끌고 아직도 수업중인 그녀의 강의실을 찾거나 학교 앞에서 기다리곤 했다. 『휴강했어. 오늘』 그녀는 수업을 빼먹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인심 좋네. 그쪽 교수님들』 『평소에 다 잘하니까』 『그런데 얼굴이 왜 그래?』 『얼굴이 어때서?』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안 좋아 보여』 『그냥 그래. 언짢기도 하고』 그가 건물 앞에 세워놓은 오토바이쪽으로 가 시동을 건 다음 익숙한 동작으로 반원을 그리며 그녀 바로 옆에 오토바이를 멈추었다. 『이젠 운하씨가 오토바이를 안 탔으면 좋겠어』 『그래도 이동하는데 얼마나 편한데』 『그래도』 『왜? 이 오토바이 때문에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가고 싶은 데를 얘기해』 『말하면 데려가 줄 거야?』 『그래』 『교외로 나가줘. 아무 데고』 『왜 그러는데?』 『그냥. 어디든 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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